상품이 사람을 찾는다 | 쿠팡 대구 '플필먼트센터'

인공지능에 빅데이터까지 … 물류혁신기술 집약

2023-03-14 11:37:10 게재

상품진열부터 집품 ·포장·분류까지 자동화 … "업무강도 낮추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쿠팡이 '디지털전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외형은 물론 내실까지 다지는 기반을 마련했다. 매출은 30조원대를 넘볼 정도다. 지난해 27조원을 올렸다. 유료회원만 1000만이 넘는다.

상품을 진열한 선반이 근무자에게 이동해 상품 진열과 집품 작업을 자동화한 '무인운반 로봇'. 사진 쿠팡 제공


비록 누적적자는 4조원대에 달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고비로 흑자경영에 속도가 붙고 있고 있다. 2분기째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시나브로 20%대를 넘어섰다. 미국 아마존엔 아직 못미치지만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공룡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문 앞에 놓여있는 쿠팡박스, 바로 로켓배송의 힘이다. '쿠팡 없인 못산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이유 역시 압도적인 배달속도 덕분이다.

쿠팡의 '반전'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물류센터를 확보하면서부터 시작했다. '맛있는 것 옆에 맛있는 것'처럼 '빠름'에 '현명함'을 더 한 결과다. 로켓배송이 결국 디지털전환을 앞당겼단 얘기다. 쿠팡이 지난달 공개한 '스마트 물류센터' 대구풀필먼트센터(대구FC)만 봐도 그렇다.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 후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겨주는 '소팅 봇'. 사진 쿠팡 제공

14일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준공한 대구FC는 직원 업무강도는 획기적으로 낮추고 안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고객을 위한 로켓배송 서비스 품질은 한층 끌어올린 '최첨단 미래형 물류센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 물류센터 중에서도 최대 규모에 속하는 대구FC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이 그동안 쌓은 물류 경험과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혁신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품 진열부터 집품·포장·분류까지 AI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상품을 관리하고 직원 업무를 돕는 스마트 물류센터다.

쿠팡은 대구FC 건립과 자동화 풀필먼트시스템 구축을 위해 3200 원 이상 투자했다. 축구장 46개(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 대구FC는 주요 물류 업무동에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무인지게차(driverless forklift) 등 단일 물류센터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의 최첨단 물류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대구FC 7·9층엔 무인운반로봇 1000대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들은 상품진열과 집품작업을 한다.

과거엔 직원이 일일이 수많은 상품이 담긴 선반 사이를 오가며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젠 무인운반 로봇이 수백개 제품을 쌓아 올린 1000kg 선반을 들어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한다. 이 상품을 오차없이 담당 직원에게 전달한다.

사람이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 물건이 사람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쿠팡 관계자는 "무인운반로봇 덕분에 전체 업무 단계를 65% 줄이고 평균 2분 안에 수백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직원에게 전달한다"면서 "주문량이 많은 공휴일을 포함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로켓배송 속도와 질을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소팅봇 역시 사람이 물건을 옮기거나 들어올리는 분류업무를 모두 없앤 최첨단 물류로봇이다.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 단 몇초 만에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겨준다. 로켓배송에 최적화한 로봇인 셈이다. 소팅 봇 도입으로 직원 업무량을 65% 줄였다. 소팅봇 역시 수백대가 대구FC를 휘젓고 다닌다.

대구FC 5층에 배치된 수십개 무인 지게차는 업무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직원이 누르는 버튼 한 번으로 무인 지게차가 알아서 대용량 제품을 옮겨준다. 무인 지게차가 움직이는 지역엔 사람 이동을 전면 차단했다. 사고 발생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대구FC가 물류 '디지털전환의 좋은 예'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대구FC는 대구와 남부권을 아우르는 첨단 물류 핵심으로 전국 물류센터에 '혁신기술 DNA'를 전파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송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입고·집품 등 물류업무는 물론,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화기술 관리자채용 등으로 2500여명(간접 고용 1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쿠팡은 내다보고 있다. 또 대구지역 중소상공인 성장도 가속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쿠팡에 입점한 대구지역 소상공인 업체 7000곳은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대구FC는 쿠팡의 최첨단 물류 투자를 상징하는 곳으로 물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직원이 더 편하고 쉽게 일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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