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동네 맛집과 업무추진비

2023-04-03 10:48:48 게재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업무추진비를 밥 먹는 데 아니면 어디다 써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대전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내역을 조사하면서 지방의원들에게 들은 내용이다.

업무추진비는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행사, 시책 추진사업 및 정책 집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편성된 비용이다. 지방의회는 의정활동에 연관성 있게 써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하고 적절하게 사용 되어야 함에도 업무추진비의 사용은 늘 논란이 되어 왔다.

대전 지방의회 전수조사해보니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광역시와 5개 자치구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2022년 7~12월)을 점검했다. 점검내역은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위반사항이 없는지 점검했다.

훈령 위반 의심건수는 총 139건,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건수는 총 11건이었다. 훈령 기준을 살펴보면 사용자의 자택 근처에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대다수 위반 의심내역을 차지하는 것은 자택 근처 사용이었다. 모든 지방의회는 훈령에 거리 기준이 없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지방의회는 입법기관이고 지역의 대의기관이다. 훈령에 기준이 없다고 기준을 세우지 않는 것은 지방의회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또 다른 사례로 한 대전시의원은 공무국외출장 중 업무추진비로 명품과 식초구매에 114만여원을 사용했다. 해당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금액을 반납했지만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사례는 언론사와의 식사에 주목해 확인했다. 음식물은 3만원을 초과해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내역 관리 현황도 엉망이다. 점검 과정에서 전화와 방문,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사용한 내역의 인원과 시간 등을 변경하는 것도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간다. 업무추진비 공개 내역은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공문서다. 공문서가 확인할 때마다 변경된다면 이는 공문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제도 정비와 자각 필요

문제는 이러한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투명성과 감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리와 감독 없이는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또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오용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미 5개 구의회는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련된 조례를 제정해 투명하게 사용하고 공개할 것을 규정해뒀다. 각 구의회 조례를 살펴보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방지를 위해 의원 대상 연 1회 교육을 실시하고, 의장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게 되어 있다. 각 구의회는 해당 내용이 시민에게도 충분히 공유될 수 있도록 공개해 교육부터 점검까지 시민과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업무추진비가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제도적 장치와 절차를 정비함과 동시에 업무추진비가 왜 책정되어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지방의회의원이 먼저 자각해야 한다.

완벽한 제도와 절차는 없다. 제도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의정활동과 연결된 사용과 그 사용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지방의회를 대전에서 먼저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