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전염병 창궐 이후 시대, 우리는 준비되었나?
올해 3월 20일 정부는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안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번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2020년 10월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시작된 이후 29개월여 만이다. 사람들은 한겨울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봄을 맞이하듯 전염병 감염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환한 얼굴로 봄볕을 맞이하는 요즘의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열망의 풍경이다.
장애인들도 전염병 감염의 두려움에 떨며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던 고립의 시간을 벗어나는 중인 듯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이 2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장애인의 날에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대하니 3년여의 엄혹했던 팬데믹 시기가 새삼스럽기만 하다.
코로나19 첫 희생자는 장애인이었다.
2020년 2월, 전염병 창궐로 온 나라가 뒤숭숭할 즈음 청도 대남병원에 수용되었던 정신장애인 102명 중 101명이 감염되었고 6명이 희생되었다. 20년 넘게 정신병원에 수용된 채 살아왔던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재가 아닌 '슈퍼 전파지'의 첫 사망자로 명명되었다.
그렇게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일상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점점 잠식되었다. 지역의 장애인 복지관들이 문을 닫고 돌봄 역할을 해왔던 직업재활시설들도 운영을 멈췄다. 당시 품귀현상까지 일어 가격이 치솟았던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은 고스란히 집안이나 집단 격리된 시설 안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그제야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내놨지만 예방 중심의 매뉴얼은 장애인들의 감염이 잇따르자 무용해졌다.
감염 우려로 활동지원사들의 일상 지원이 중단되자 집안에 갇힌 중증장애인들은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감염율은 전체 인구 감염율 1.71명보다 4.1배나 높은 7.08명에 이르렀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집단 격리가 전부였다.
한 중증장애인은 코로나 확진 이후 당국이 권하는 절차에 따랐지만 병원 이송에만 5일이나 걸렸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활동지원이 제공되지 않아 식사도 신변처리도 못한 채 12시간이나 방치되었다가 이를 보다 못한 가족이 자발적 지원에 나서야 했다.
2022년 4월 장혜영 의원(정의당. 비례)은 질병청의 '장애인의 코로나19 환자 발생 및 중증도 현황'을 분석해 그 결과를 내놨다. 충격적이었다. 코로나19 사망자 중에서 3명 중 1명 장애인이었다. 2022년 4월 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2만7020명 중 등록장애인은 7204명으로 4명 중 1명 수준이다. 특히 전체 사망자 1만4299명 중 장애인은 4475명으로 31.3%에 이른다는 것이다. 참담했다.
고립과 수용은 보호 아냐
그리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장애당사자 국회의원을 5명이나 배출했고 장애인 정책 관련 법들이 무려 18개나 있으며 1년에 예산이 6조원이나 되는 선진국가였지만 감염병 창궐에 따른 이렇다 할 대책없이 장애인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죽어갔던 것이다. 그나마 생존자들은 집안이나 시설에 갇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가 비정상 상태였다면 이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는 정상사회여야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상황은 차별과 배제를 통해 고립된 세상이었기에 결코 정상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3년 여의 팬더믹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경험했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는 '분리와 배제'를 대응 방안으로 손쉽게 선택했고, '고립과 수용'을 '보호'라며 변명했다.
장애인에게는 팬더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망은 단정적일 수밖에 없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포함된 전염병 창궐 시 국가 대응 계획을 보면서도 기대보다는 또 다른 전염병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다. 3년여 동안 경험한 그 살풍경이 또 재현되지 않으리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후의 미래가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어야 하는지 과거로의 회귀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세상이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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