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마트팜 현장을 가다
워킹홀리데이 닫히자 농업인력 급감, 한국형 스마트팜에 희망
기후변화로 전통 농업국가 위기 … 엽채류 등에 기술농업 필요해 문호 개방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골드코스트지역에 스마트팜 패키지 설치 5년간 운영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텅빈 농장만 남았다. '워킹 홀리데이'는 더이상 호주 농업의 인력수급 동력이 되지 못했다. 코로나와 기후변화, 농업인력 감소는 전통적 농업국가 호주를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스마트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 됐다.
호주는 한국형 스마트팜에 주목했다. 최규철 코트라 멜버른 무역관장은 "2020년 호주측에서 한국 스마트팜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스마트 패키지 사업과 연결하게 됐다"고 전했다. 네델란드 농업기술이 막아놓은 선진국 농업시장에 한국 농업기술이 틈을 벌린 것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스마트팜 패키지를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지역에 설치하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호주 브리즈번 어스픽스(Earthfix)사 온실 부지에서 착공식이 열렸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정부 예산 22억원을 들여 1㏊에 스마트팜을 시범 운영한다. 엽채류 4종을 재배해 판매한 후 실적 등을 분석, 2㏊ 정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상추 등 엽채류 4종은 스테이크 등 육류 섭취가 많은 호주 식탁에 올라간다. 향후 한국 딸기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농자재 오세아니아 수출길 = 스마트팜 패키지 사업지인 호주 퀸즐랜드 주는 연평균 강수량이 600㎜ 이상으로 노지에서 엽채류 재배가 어려운 곳이다. 대부분 사탕수수 재배나 목축이 성행하고 있어 샐러드 등 소비자용 채소 공급망이 불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워킹홀리데이 입국자가 끊기면서 농촌인력은 더 부족한 실정이다. 호주 엽채류 시장에 무인재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형 스마트팜 건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호주 스마트팜 전진기지 구축으로 우리 농기자재와 농산물 품종의 수출길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산 엽채류와 딸기 품종이 호주 정부 검역 절차를 거치면 스마트팜을 통해 우리 품종이 오세아니아 지역에 정착할 기반이 마련된다. 장기적으로 이 곳 전체 부지에는 스마트팜과 체험농장 등이 들어서게 되고 운영에 필요한 농업자재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수출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구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부원장은 현지 착공식에 참석해 "호주 스마트팜을 정착시키는 일은 우리 정부로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저개발국가에서 진행된 스마트팜 사업과 달리 호주에서 성공은 국제표준에 진입하는 것으로 우리 농업기술이 선진국에도 적합하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엽채류 이후 딸기 등 과채류 확대 = 호주 스마트팜은 올해말 준공 예정이다. 12월부터 시험생산을 한 후 2024년 4월에는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현지 스마트팜은 이수화학 컨소시엄이 건설·운영한다. 이수화학은 스마트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그린바이오 사업부문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수화학은 호주 현지 어스픽스사와 공동으로 스마트팜을 5년간 운영하게 된다. 생산재배는 이수화학에서 맡고 어스픽스는 현지 유통을 책임지는 구조다.
이수화학은 엽채류 4종을 수평으로 이동시키며 온도와 수분 등을 자동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생산량을 늘려 현지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 내부에는 카메라를 설치해 작물을 크기 등을 자동감지하고 수확시기를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 설치된다. 주봉진 이수화학 그린바이오 부문장은 "이수화학은 2019년부터 중국 등지에서 그린하우스를 건설했고 경북 의성에서는 딸기 온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며 "호주 환경규제에 맞는 스마트팜을 성공시킬 경우 우리 농업기술이 세계로 진출하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 위기 호주 농업에 기회 = 호주 농업은 GDP의 12%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둥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2020년 호주 내 농가 소득이 2001년 대비 평균 23% 감소했다. 호주 농업자원경제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소득 감소가 50% 이상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는 농업 체질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농업을 4차산업 우선 육성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해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진되는 한국형 스마트팜은 호주정부도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다.
닐 멘지스 그리피스 대학 부총장은 착공식에서 "스마트팜 모델은 호주의 식량생산 방식에 혁명을 일으켜 자연 재해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을 통제하고 지능형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품질의 농산물에 대한 접근을 통해 우리 지역사회에 이익이 되는 스마트 온실기술의 세계적인 사례를 제공하는 이번 국제 파트너십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호주 스마트팜 정착과 성공은 한국농업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재 네덜란드 농업기술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과 중동지역에 한국형 농기자재와 품종으로 도전장을 던질 기회라는 지적이다. 농업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경준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글로벌사업팀장은 "호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퀸즐랜드주 한국 스마트팜이 정착된다면 이는 호주 다른 지역까지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호주 정부로부터 검역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걸릴 뿐 향후 우리 품종이 호주에서 생산유통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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