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달 퇴장하는 리보금리
2023-05-19 11:06:39 게재
금리조작 스캔들에 현대 금융시스템과 안맞아
좀바나키스의 해결책은 리보였다. 이자산출 기간마다 각 은행은 차입 비용을 보고했다. 여기에 이윤을 더한 평균으로 대출이자율을 정했다. 이 아이디어는 성공을 거뒀고 신디케이트대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1982년 이 시장의 규모는 460억달러에 달했고 대부분 리보금리에 고정됐다. 파생상품과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가 뒤를 이어 리보금리를 적용했다. 2012년 리보금리를 적용하는 전세계 계약규모는 550조달러에 달했다. 당시 전세계 GDP의 7배가 넘었다. 하지만 그 이후 리보금리는 하락세를 탔다. 다음달 달러화 리보를 끝으로 리보금리는 영원히 사라질 전망이다.
2012년 은행과 브로커, 트레이더들이 수년간 수익을 부풀리려 리보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리보의 종말국면이 촉발됐다. 관련 은행들은 기록적인 벌금을 냈고, 관련자들은 무더기 체포됐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리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하지만 리보금리가 사라진 더 큰 이유는 오늘날 금융시스템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영국 은행간 대출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끼리 자금을 주고받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보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처를 찾아나섰다. 따라서 호가에 의존하는 리보금리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결국 2017년 각국 금융당국이 기업들에게 리보금리 중단에 대비하라고 경고하면서 마침내 적용 시한을 정했다.
각국은 리보를 대체하는 벤치마크금리를 개발했다. 미국 달러는 담보부익일물금리(SOFR), 영국 파운드는 스털링익일물평균금리(SONIA), 일본 엔은 도쿄익일물평균금리(TONAR), 스위스 스위스프랑은 스위스평균익일물금리(saron), 유로존 유로화는 유로화단기금리(€STR) 등이다.
리보는 이해관계가 얽힌 은행원들에게 주관적인 설문조사를 했지만, 대체금리지표는 수많은 실제거래에 적용된 차입비용을 측정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체금리지표는 합리적이었지만 도입과정까진 진통이 컸다. 도이체방크 재무담당자였던 딕싯 조시는 리보 대체의 어려움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때와 비교했을 정도다. 수백조달러에 달하는 금융계약을 살피고, 이를 거래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는 전산인프라를 재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달러화 리보의 경우 당초 2021년 말 대체금리를 적용키로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2023년 6월로 마감일을 연장해야 했다. 현재도 약 74조달러의 계약이 달러화 리보를 적용하고 있다. 내달이 지나면 이 계약은 무조건 대체금리지표로 바꿔야 한다. 미의회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계약에 개입해 SOFR로 전환하게 만들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좀바나키스는 2016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리보스캔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금융권 신사들이 그런 식으로 금리 조작을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그들을 믿을 수 없게 됐다. 너무 많은 돈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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