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 단속에도 10대 마약사범 증가세 계속

2023-07-31 11:16:24 게재

5월 현재 지난해보다 8.6% 증가 … 일부선 호기심 넘어 유통에 참여

암수율 반영, 청소년 1만명 이상 범죄 연루 … 예방교육 내실화 절실

10대 마약류 사범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단순 호기심에 의한 투약을 넘어 조직적 유통에까지 나선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수사기관은 물론 범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마약범죄와 전쟁에 나섰지만 올들어서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단속 강화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31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호기심 수준에서 마약을 투약해본 차원을 넘어 아예 유통·판매에도 손을 댄 청소년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마약류 예방 교육│경남약사회 및 경남마약퇴치운동본부 소속 방소영 약사가 지난 4월 20일 경남 창원 명곡여자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 30여명을 상대로 마약류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인천지방검찰청 마약범죄 특별수사팀(김연실 부장검사)은 지난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혐의로 두바이 고교생 A군을 구속기소했다.

A군은 지난 5월 26일 독일에서 팬케이크 조리용 기계 안에 숨긴 마약류 케타민 2900g(시가 7억4000만원 상당, 6만명 동시 투약 가능)을 국제화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밀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A군으로부터 마약 밀수를 제안받고 범행에 가담한 친구 B군과 30대 공범 C씨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달 한국인이지만 두바이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의 체포영장을 미리 발부받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도 내렸다. A군은 지난 8일 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귀국했다가 인천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청소년이 마약을 유통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10대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학원에서 만난 사이로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텔레그램 내 마약채널에서 도매가로 마약을 사들인 후 자신들의 판매채널에서 되팔았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성인 6명을 마약 운반책(드라퍼)으로 고용해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해 1억2200만원을 챙겼다.

지난 4월에는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10대를 포함한 마약 유통조직을 구속기소했다.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39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합성대마와 필로폰, 엑스터시 등 합계 32억2000만원 상당의 마약류를 해외에서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유통·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중 가장 인력이 많이 배치된 배달책 8명 가운데 4명이 17~19세 등 10대였다. 이들은 특정 조직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마약유통·판매에 가담해왔다.

◆10명 중 6명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 사정이 이렇자 정부도 청소년 마약범죄 척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10대 마약사범 증가세는 계속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인터넷 공간이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런 환경에 익숙한 10대가 연루되는 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다크웹을 통한 거래 중 91%가 마약류 거래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로 가상화폐로 마약을 거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8395명 중 10대 이하는 48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143명과 비교하면 23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31% 가량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급증한 것이다. 전체 마약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서 2.6%로 늘었다.

내일신문이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마약류월간동향'을 분석한 결과 증가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10명으로 지난해 192명에 비해 8.6%p가량 증가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15세 미만은 15명에서 12명으로 줄어든데 반해 15~18세는 120명에서 129명으로, 19세는 57명에서 69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청소년 마약중독이 알져진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약범죄가 암수율(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율)이 높은 대표적인 범죄라 마약범죄와 관련된 청소년이 통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추정한 국내 마약류사범 암수율은 28.6배다. 마약류사범 한 명이 검거됐다면, 아직 검거되지 않은 28.6명 더 있다는 것이다. 즉, 지난해 검거된 청소년 마약류사범 숫자를 암수율에 단순 대입하면 1만3700여명의 청소년이 불법마약류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호기심에 '한번만'으로 시작한 청소년들의 일탈이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쉽지않은 수렁이라는 것이다. 대검찰청이 낸 '202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1년에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14∼18세 소년범죄자 182명 중 103명(56.3%)이 호기심을 범행 동기로 들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청소년들이 또래집단의 압력에 약하고, 어린시절의 경험이 성인으로까지 상습화 될 가능성이 높으며 경제력 한계로 인해 마약구입 비용 마련을 위해 마약판매 등 다른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은 석사학위 논문 '청소년 마약류 범죄 사례연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또래 친구의 권유에 의해 호기심에 마약류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후부터는 마약류의 특성인 심각한 중독과 금단증상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 SNS, 친구 등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하게 되고, 직접 병원을 방문해 허위로 처방받아 투약하거나 일부는 같은 방법으로 처방받아 친구, 지인에게 판매하며 범행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에 더욱 치명적 = 문제는 마약의 중독성이다. 마약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해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같은 양을 복용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시간이 짧아진다. 내성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미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단계다.

중독의 문제는 청소년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젊은 성인에 비해 마약 및 처방약을 처음 접했을 때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성인과 비교해 청소년의 뇌가 마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방교육 내실화 급선무 = 전문가들은 마약류 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 우려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투약-구속-출소-투약-구속'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도 전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6.6%에 달한다. 또 범죄유형별 교정시설 출소자 재복역률은 절도(50.9%)에 이어 마약류가 42.1%로 뒤를 이었다. 수사기관과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단속과 검거보다 마약류 사용에 따른 폐해를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는 예방교육을 강조한다.

정부도 청소년 대상 마약 중독예방교육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5월 '범정부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 상황을 내놓으며 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약물 및 사이버 중독예방 교육' 중 약물 중독 예방 교육의 이수 시간을 초·중·고교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와 학생들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예방교육은 학생들에게 와 닿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국회 이태규 의원(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청소년 마약 근절 및 예방 대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이항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는 "기존 교육은 형식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면서 "마약류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강사를 육성하고 청소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 강사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요한데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관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은 "마약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했을 때 얻는 병이나 상황을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게 좋겠다"면서 "마약류에 관한 교육이 너무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독 치유·재활 새로운 도전 = 청소년들은 마약을 접하기에 쉬워진 반면, 치료 및 재활의 기회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마약중독 치유시설이 부족한데다 중독 청소년 대부분은 학교나 직장 등 일상생활을 하고 있어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 지원시설이 없으면 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20일 청소년에 특화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정부 지원을 받아 대전에 충청권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독재활센터는 자발적인 의지로 등록한 마약류 중독자에게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마약류 사범에 대한 의무 교육과 개별 관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세번째 문을 연 충청권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는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의 재활·예방사업 경험을 활용해 청소년 개인과 부모 상담, 미술·야외활동, 친구관계 형성법 등 청소년 재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는 미국 뉴욕주에서 60개 이상 시설을 운영하며 매년 3만3000명 이상의 마약 중독자에게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온 민간 마약류 치료·재활 기관이다. 1963년 설립됐으며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활·치료기관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외래 치료 외에 만성적인 중독자를 위한 거주시설을 설치해 집중적인 치료도 제공한다. 또 의사와 상담사가 팀을 이뤄 환자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중독자들의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구직, 주택 마련 활동도 지원한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의 미첼 넷번 회장은 "마약 중독은 결국 건강 이슈"라며 "암 치료를 완료해도 10년, 20년 뒤에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고 '실패자' '나쁜 사람'으로 규정해선 안된다"면서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장기적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하나씩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충청권 센터의 청소년 치유 프로그램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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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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