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자의 뒤늦은 후회

"아직도 어린 정신에 머물고 있어"

2023-07-31 11:16:24 게재

"마약친구 단절하는 용기 필요"

중·고등학생 시절 호기심이나 친구 권유로 마약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그때를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몸과 정신이 성숙하지 않았을 때 접한 마약은 더 빠르게 중독에 빠지게 했고, 약물에 영향을 받은 뇌는 평생을 뒤틀린 가치관으로 살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약에 빠지면 쾌락만 좇기 때문에 "아직도 당시 어린 정신 연령에 머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만난 26세 강 모씨는 16살 중학생 시절 자신의 생일날 친구 권유로 대마초를 처음 접했다고 했다. 유학생 출신인 친구 과외 선생이 이태원에서 구해온 대마였다. 강씨의 마약과 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 준비 때문에 방학에만 대마초를 입에 댔다. 그러다 수능이 끝나고 "수고했다"며 부모님이 큰돈을 주자 그 돈을 들고 대마를 구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 몇 번 경험했던 대마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강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영국 유학 중에도 대마초를 찾는 생활은 계속됐다. 한국보다 단속이 약한 데다 혼자 머무는 생활에서 그를 제어해 줄 사람은 없었다. 대마초가 케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등 다른 마약류로 확장됐다. 우울증을 핑계로 휴학은 반복됐고 하루 종일 약에 찌든 생활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일시 귀국했을 때도 약을 놓지 못했다. 필로폰까지 손을 댄 강씨는 약을 한 뒤 부모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스스로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됐다.

정신병원에도 입원했던 강씨는 "25세까지 (뇌가) 성장한다고 하는데 미성숙할 때 약에 타격을 받아 뒤틀린 가치관과 망가진 뇌로 평생 약에 대한 욕구를 갖고 살아가게 됐다"며 후회했다. 강씨는 "어떤 마약도 쉽게 보면 안 된다"며 "순하다는 마약도 시작만 하면 더 강한 마약으로 반드시 넘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2015년 고교 유학시절 대마초로 마약을 시작했다는 25세 김 모씨도 "어려서 마약을 시작하면 사람 정신이 그 시절에 머물게 되기 때문에 절대 마약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동포 형의 권유로 약을 접한 김씨는 끊으려고 여러 번 노력하고 몇 달 참기도 했지만 끝내 되지 않자 유학을 포기하고 국내로 들어와 단약을 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어릴 때 약을 하면서 자신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환각에 대한 유혹에만 집중하고, 뇌도 성숙하지 않아 더 끊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약을 하면 인생에 유일한 낙이 약이 되고 일상의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지금도 불현듯 약이 떠오를 때가 있어 힘들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20일 만난 40대 이 모씨는 "16세 중학생 때 운동부를 하면서 친구들과 본드로 시작해 대마초까지 했다"며 "그 때문에 교도소 수감 생활도 여러 차례 했다"고 당시를 후회했다.

친구들이 권하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같이 다니다 보니 약을 하는 횟수도 늘었다. 약국을 찾아다니며 마약 성분의 약을 구매하기도 했다.

"약의 폐해를 너무 몰랐다"는 이씨는 "언제든지 하기 싫을 때는 약을 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2년 잠시 중단한 뒤에도 다시 약에 손을 대고 말았다.

군대에서 제대하고도 이씨는 약을 놓지 못했다. 365일 약으로 지내는 날이 계속됐다. 약을 살 돈이 떨어지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마약 유통에 손을 댔다가 구속까지 되는 상황이 됐다. "마약을 계속하면 유통까지 가게 된다"고 이씨는 지적했다.

이씨는 "어릴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정신과 건강 모두 망가져 어릴 때 약을 하면 자신의 꿈과 희망은 모두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가 권유하면 약을 거절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거절해야 한다"며 "거듭 권유하는 친구는 만나지 말고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기 때문에 (관계를 끊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약을 권하는 누군가 있다면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범정부 차원 단속에도 10대 마약사범 증가세 계속
[인터뷰│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약물중독 성인보다 청소년이 더 위험"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