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 마음 이해하기

허세 쩔고 선빵 날리는 아이에게 '토닥쓰담'

2023-10-24 10:52:28 게재

존중도 자율성 보장도 없는 성장 환경에 상처받아 … "부모·교사 고충 도울 시스템도 필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답답하고 힘들다. 도대체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고 바라는 대로 하지도 않는다. 방문을 잠그고 게임을 하거나 잠만 잔다. 부모들은 "저러다 대학은 제대로 갈까" "취업은 제대로 할까" "얼마나 사랑하는데 마음도 안 알아주고 삐뚤어져만 간다"고 한 걱정한다.
이런 부모 등 기성세대의 '문제'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춘기 자녀의 여러 말과 행동은 부모나 교사를 괴롭히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도 이해되지 않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다라고 말한다. 청소년의 힘겨움은 부모의 상상 이상이다. 우울 무기력 고립 은둔 자해 자살 등 심각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접근이 필요하다. 부모 등 기성세대들의 바람과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듣기 위한 기다림과 인내심은 약이 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요즘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가 겪었던 사춘기 경험과 매우 다른 사회경제교육문화 환경 속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성장발달을 도울 길이 열린다고 밝힌다.

공부를 통해 성공을 바라는 부모세대와 재미를 추구하는 자녀세대 간의 불통은 청소년의 온전한 성장발달을 방해한다. 청소년 입장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이분은 저의 생물학적 모친인데 저를 낳고 먹여 주고 입혀 주고 학교 다니라고 돈 대주는 것이 다예요. 이분은 저를 잘 몰라요. 제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몰라요."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학과 교수에게 상담받은 한 청소년의 하소연이다.

부모들은 사춘기 아이가 대화에 응하지 않아 답답하다.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이 지겹다. 왜 그럴까?

24일 김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 세대가 사춘기이던 시절보다 더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며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은 초당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들이 자신의 신분상승이나 성공 욕구를 아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요하면 아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발달을 돕는 지역사회 돌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성공을 바라는 부모 VS 재미를 찾는 아이들 = 사춘기 자녀는 부모에게 "몰라요" "싫어요" "귀찮아" "짜증나"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사랑을 듬뿍 줬는데도 아이들은 무기력하거나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오로지 게임 또는 아이돌에 집착한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어른들은 저출생 시대에 외둥이 두둥이로 자란 아이들을 '사랑만 받는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은 너 밖에 없다"는 부모의 말이 올가미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충격은 대부분 사춘기에 들어서는 중학교 환경으로부터 받는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들은 성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성적표를 처음으로 받게 되면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집에서는 '공주' '왕자'였는데 한순간에 '별 볼 일 없는 아이' '그렇고 그런 아이' 그리고 몇몇 주인공을 위한 엑스트라로 대접받는 자신을 보게 된다. 무기력함을 겪는다.

무기력 상태에 놓인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제대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느끼기며 자꾸 '최선, 제대로, 열심'이라는 카드를 꺼내 놓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카드를 제일 싫어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의 '최선'과 '최고'의 기준은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 게다가 공부를 통해 빈곤 탈출, 계층 이동을 이루고자 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에게는 재미와 흥미가 모든 일의 우선"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디지털 환경이 공기와도 같아 친구삼는 방법이 기성세대와 차이나는 것을 부모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활동을 통한 사이버 친구들이 많다. 오프라인 활동이 과거보다는 굉장히 줄었다. 부모세대는 이런 현상을 '문제'로 보면서 자녀와 갈등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온라인 접근을 용인했다가 어느 순간 사춘기에는 제재를 하거나 문제시하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저조한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온라인을 잘 활용하는 방법, 디지털 활동에서 시민성 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화할 친구, 가족 없는 청소년의 외로움 = 아이들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다는 부모님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서 외로워한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형제가 없거나 아주 적다는 것이다. "자식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는데, 부모를 기쁘게 해 주지 못하면 어떡하죠?" 아이들의 걱정이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변모하는 신체, 내면의 변화들로 위축된다. 그런 위축과 어색함, 낯섦에 대해 아이들의 방어 기제는 침묵 반항 등 다양하다. 이런 방어의 갑옷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격려이다. 하지만 부모는 꾸중을 해 댄다. 잔뜩 혼을 내고 난 다음에 기를 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있던 자신감도 사라진다.

학교라는 것이 여러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시리즈였으면 좋겠지만 학교가 연출하는 드라마는 3년 내내 주인공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3년 내내 엑스트라로 다니는 아이들은 재미가 있을 리 없다.

무시당하는 느낌을 가질 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어 기제는 부인하고 오히려 과장해 대처한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말하는 '허세 쩐다'의 피상적인 심리 기제다.

큰소리쳐 말 못하게 하고 두고 보라고 하고 까칠한 분위기 만들고 등등 아이들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두려워 만드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최대한 허세를 부려 순간순간 모면함으로써 말로 받는 심각한 자기애적 손상을 줄여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예 그런 분위기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서 즉 선빵을 날려서 부모가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수 위한 입시교육, 다수 아이들 무기력 양산 = 요즘 부모 등 기성세대의 눈에는 '무기력'한 아이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아이들이 아이답지 않다. 호기심도 없고 도전 욕구도 없다'거나 '뚜렷하게 장래 희망을 갖는 아이들이 없다. 매사에 의욕이 없다' 고 우려한다.

현상적으로 초4 때 수학을, 중2 때는 공부를, 고1 때는 학교를, 고3 때는 인생을 포기한다는 무기력한 모습이 보인다.

김 교수는 △사랑이 충만하지 않는 가정의 결핍 △희망의 결핍을 만드는 입시를 위한 공부 △성찰의 결핍을 만드는 미디어 영향을 지적한다. 아이들은 부모와 학교의 계획 하에 오로지 공부와 성공을 위해 달려가야 하고 모니터링 당하고 평가된다. 그 속에서 온라인 세계는 아이들의 실질적 지배자가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학업이나 취미, 자기개발 등의 무기력함을 보이는 청소년이 있다면 청소년들한테 어렸을 때부터 자율성을 얼마나 줬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체면이 중요시하는 부모세대는 아이들 옷 입는 것 배우는 것 등을 정해준다. 공부학원도 그렇고 피아노 태권도 등등 자율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만들었다. 자율권은 보장하지 않으면서 "왜 꿈이 없니,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라고 다그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학교는 겉으로는 지덕체를 강조하지만 실제 지적 역량을 너무 강조한다. 공부 잘하는 소수 아이들이 돋보이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을까"라며 "위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장발달에 도움되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더 많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환학년제가 학교 안이 아닌 지역사회와 더불어 진행하기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의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는 부모와 교사들을 돕는 시스템 도입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아이들과 잘지내는 '힘그괜' 대화법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