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부작용 없고 몸에 맞는 감기약 찾아 삼만리

2023-11-13 11:46:37 게재
조현주 포레스트요양병원 병원장, 한의사

필자는 어려서부터 약골이었다. 기억이 나는 시절부터는 늘 기운이 없고 어지러웠던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면 꾸물거리고 삼키지 않고 있다가 엄마한테 혼이 나곤 했다. 때마다 유행하는 감기란 감기는 다 앓고 지나갔던 것 같다.

필자의 어린 시절인 1980년대는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감기에 걸리면 엄마가 늘 약국에서 한웅큼씩 사오는 항생제와 콧물약 기침약 해열제 등을 먹었다. 약을 먹으면 아파서인지 약기운인지 모르고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고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고 나면 감기는 다 나았는데 그 뒤에 더 밥도 못 먹고 몸무게도 빠지고 비실비실 한달은 고생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다음 감기가 돌아왔다.

한의대에 진학을 하면서 한약을 먹게 되었다. 물론 약골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도 한약을 많이 먹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보약 개념의 한약을 먹었다면 한의대생이 되고 난 다음에는 치료개념으로도 많은 한약을 먹어 보았다. 다 컸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험기간이 되어 공부시간이 늘어나거나 하면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다. 의학과 한의학을 공부 하다 보니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약에도 변화가 생겼다. 내 몸 상태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지식이 쌓이면서 약에 대한 반응을 자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약 한약 따로 혹은 같이 복용해 봤더니

필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의 부작용인 위장관 장애를 심하게 겪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려서 많이 썼던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진통제를 며칠 먹고 나면 한동안 밥도 못 먹고 배가 아팠던 것 같다. 또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을 줄여주기 위해 먹었던 항히스타민제 계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졸음 부작용이 심한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성인 복용량으로 먹으면 24시간 이상을 연속으로 잠을 자도 깨지를 않았다. 부작용이 덜한 2, 3세대 항히스타민을 먹어도 정도만 덜할 뿐이었다. 또 다른 불편감은 항히스타민의 일반적인 부작용인 입마름을 비롯해 모든 점막이 너무 심하게 말라버려 숨을 쉬기만 해도 점막에 통증이 느껴져 감기로 코가 막혀 불편한 것 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통제도 안 먹고 항히스타민제도 안 먹고 감기를 이겨내자니 그건 더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대신 늘 타이레놀을 선택하게 됐다. 또한 콧물에 관련해서는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대신 비충혈제거 스프레이를 사용하게 됐다. 콧물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되기보다는 코 점막이 충혈되어 코 막힘과 부비동 통증이 심한 것이 항상 문제였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고통을 경감할 수 있었다.

양약을 새로운 것들로 변경하는 동시에 한약도 함께 복용을 해봤다. 한약은 천연물질이니 부작용이 없지 않을까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양약 종합감기약에 꼭 사용하게 되는 에페드린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근원인 마황(麻黃)이라는 한약재는 한약 감기약에도 대부분 사용한다. 콧물 기침을 줄여주는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황의 교감신경 흥분작용으로 나타나는 심장 두근거림 증상이 큰 불편함으로 다가와서 마황이 들어간 한방 감기약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다. 평소 땀이 나면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가 쉬워서 따뜻하게 약을 먹고 땀을 쭉 빼주어 감기치료를 도와주는 갈근탕 마황탕 계지탕 부류의 한약들도 별로 도움이 되지를 못했다.

하지만 한약이 필자의 감기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늘 감기 이후에 오는 심한 피로감과 식욕부진, 개운하게 감기가 떨쳐지지 않는 것 같은 미열 쇠약감 등에는 체질에 맞는 보약이 크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감기 걸렸을 때 약국에서 드링크제로 사먹게 되는 쌍화탕 십전대보탕류의 한약들이 감기의 회복을 극적으로 도와줬다.

약의 긍·부정 다루는 방법 공유

죽고 사는 병이 아닌 감기 하나에도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은 쉽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은 필자처럼 약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병이 아닌 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약이 주는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이용하고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앞으로도 글을 쓰고자 한다. 그리고 질병이나 아픈 증상들에 적용할 수 있는 의·한 단독처방이나 병행했을 때 나은 효과를 본다고 확인된 것에 대해서도 독자들과 나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