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⑥ 급증하는 비과세·감면

중소기업 세금혜택 6% 늘 때 중견 21%·대기업 35%↑

2023-11-13 11:04:23 게재

중·저소득층 6% 증가할 때 고소득층은 10% 늘어나

윤석열정부 2년간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초과 행진

상습적 일몰 연장, 사전·후 평가 통한 재구조화 필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와 감면혜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해택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이 비과세 감면 혜택이 일몰이 됐는데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사실상 '연장' '재연장' '영구 유지'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부의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조세지출예산 분석'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18일 정부의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 올해 우리나라 국세감면율은 15.9%로 종전 예산안 기준인 13.9%보다 2.0%p 상승했고 법정한도인 14.3%를 1.6%p 상회했다고 밝혔다.

내년 국세감면 법정한도는 종전 예산안 기준 14.0%보다 상승한 14.6%로 예상되고 국세감면율 16.3%는 법정한도를 1.7%p 뛰어넘을 전망이다.

국세감면율은 전체 국세 중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출액의 비율이다.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는 직전 3년치 실적 평균에 0.5%p를 더해 계산한다.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출 항목은 총 276개이며 조세지출액은 77조1000억원으로 올해 조세지출액 69조5000억원에 비해 11.0%인 7조6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국세수입 총액이 7.9%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조세지출이 전체 재정지출(재정+조세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8.5%, 2023년 9.8%에 이어 내년엔 10.5%로 뛰어오르게 될 전망이다.

김문경 추계세제분석관은 "국세감면율의 법정한도 초과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높아진 국세감면율이 이후 법정한도에 영향을 주어 향후 3년간의 법정한도가 상승하게 된다는 점"이라며 "과거의 법정한도 초과실적이 미래의 법정한도를 끌어올리면서 조세지출예산 이상 증가를 합리화하여 총량 관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4년 국세감면율의 법정한도 초과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세지출 조정 방안이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담겨있지 않다"며 "국세감면율 법정한도의 상한선 또는 증가율의 한도 설정 등 국세감면율 법정한도의 상승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늘어난 세금 감면, 어디로 = 급증한 비과세 감면이 소득 재분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를 살펴보면 역진성이 엿보인다.

2020~2024년까지 최근 5년간 비과세 감면을 수혜자별로 보면 중·저소득자(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200%인 7800만원 이하)에 대한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은 연평균 6.4% 증가한 반면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지출 증가율은 10.3%였다.

중소기업 조세지출은 연평균 10.7% 늘어났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증가율은 각각 21.5%, 35.4%였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1998년 도입된 일몰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와 2023년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올해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항목 중 정부가 단순히 일몰기한만 연장하고자 하는 조세특례가 58개(3조 3917억원 이상)이고 일몰기한대로 제도를 폐지하려는 항목은 6건(40억원 가량)에 그쳤다.

◆일몰기한 도래로 폐지되는 비율 8.5%뿐 = 2019년 이후 올해까지 5년간 일몰기한 도래한 항목 중 예정대로 폐지된 비율은 20.6%에서 8.5%로 낮아졌다. '연장의 관행화'로 한번 비과세나 감면혜택을 얻어내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존속 이유나 기간 등 구체적 내용이 없는 부처의 자율평가,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무비판적 수용을 지적하면서 사전심사인 예비타당성 평가와 사후평가인 심층평가의 부실을 지못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예비타당성평가 대상 29건 중 8건에 대해서만 평가가 이뤄졌을 뿐 21건은 면제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세특례 성과평가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몰기한이 있지만 조세특례금액이 추정곤란한 수 조원 규모의 사업이나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 특례' 등 일몰기한을 없애는 경우에 심층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몰제도 전반에 대한 재구조화를 주문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조세특례에 대한 일몰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일몰기한이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최근처럼 국세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일몰기한이 도래한 항목을 연례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조세지출 규모 확대를 유발하여 세입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가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일몰제도의 운영 현황을 점

검하고 개선사항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층평가 결과 제도개선 또는 일몰종료가 권장된 경우 이를 반영한 제도 재설계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제도 재설계 없이 일몰기한만 연장하는 경우에는 관련 내용과 사유를 국회에 별도로 보고하도록 하여 세법개정안 심의 시 참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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