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확산, 그래도 시민의식은 '건재'

2024-01-04 11:02:32 게재

심리학회,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로 '확증편향' 꼽아

이재명 피습·음모론도 확증편향 영향 … 정치권 책임 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공동체의식 지금까지 이어져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는 4일 '2024년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선정했다. 확증편향은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취하려는 심리를 뜻한다. 자기 생각에 배치되는 정보는 일부러 무시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심리다. 보수층은 '보수 유튜브'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려하고, 진보층은 '진보 유튜브'만 진실이라고 믿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학회는 "확증편향이 항상 그릇된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현명한 의사 결정을 방해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사회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확증편향이 확산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관용 폭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상대에 대한 인정을 뜻하는 관용이 줄어든 대한민국은 지난 2일 발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과 그 이후 여야 강성지지층 사이에서 쏟아진 음모론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보수 일각에서는 3일 "피습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쏟아냈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배후설'을 주장했다.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팩트'는 하나도 없었지만 이들의 주장은 SNS를 타고 온종일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확증편향의 확산과 관용의 증발은 정치권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다. 여야가 극한대립을 일삼고, 이에 영향 받은 일부 강성지지층이 증오와 대립에 앞장서면서 관용의 설자리를 좁게 만들었다는 것.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가장 결정적인 징후가 상대방에 대한 관용의 정치가 실종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만들고 부추긴 증오와 분열이 정치를 폭력으로 몰아갔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부추김으로 국민 사이에 갈등이 커진 건 맞지만, "대한민국 시민의식은 아직 건재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폭동이 터지면 경찰차에 불을 지르기 일쑤고, 미국에서는 상점 약탈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가 있었지만 그런 모습은 없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단 한 번의 약탈도 일으키지 않았던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이 지금까지 건재한 것이다. (이 대표 피습을 놓고) 일부 극단적 유튜버가 음모론을 제기하지만 거기에 설득되거나 공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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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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