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국방개혁 성공의 관건은 '자주국방' 의지다

2024-01-09 11:38:16 게재
권영근 국방개혁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전 감사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그래서 병력 삭감 중심의 국방개혁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3군이 병력을 동일한 비율로 삭감해야 할 것이란 관점도 없지 않다.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이것들이 문제 해결의 본질일까?

6.25전쟁 이후 모든 정권이 국방개혁을 추구했다. 이처럼 거듭된 국방개혁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북한 위협조차 제대로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역대 한국군 국방개혁의 주요 문제는 목표가 올바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외가 없지 않지만 박근혜정부 이전의 국방개혁에서는 한국군을 육군 중심 단일군으로 바꾸기 위한 통합군을, 이후의 국방개혁에서는 과학기술에 입각한 군의 변화를 추구했다. 그런데 이것들은 국방개혁을 통해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책(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면 이들 국방개혁에서는 목표가 없었는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여기서 추구한 목표는 1954년 11월 발효된 미국 의존적인 한미 역할분담의 지속 유지였다. 공중전 해전 합동전을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지상전을 주도한다는 한미 역할분담의 지속 유지였다.

이 같은 국방개혁의 문제는 무엇일까? 반복되는 국방개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지구상 최강의 미국에 국가안보를 지속적으로 의존할 것이라면 한국군 병력과 예산을 1/10로 대거 삭감한들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미래 어느 순간 주한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한 박정희 노태우정부

1970년대 당시 미국은 주한 미 지상군 철수를 추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것을 주한미군 철수로 간주했다. 결과적으로 자주국방 중심의 국방개혁을 추구했다. 1980년대 말경 노태우정부의 국방개혁도 유사한 성격이었다. 1987년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의 점진적인 철수를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노태우정부 또한 자주국방을 추구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항공력과 지상군 중심으로 진행되겠지만 한국군이 지나치게 지상군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는 사실과 한반도 항공력을 한곳에서 통합적으로 획득해 운용해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한국군의 자주국방은 항공력 강화와 통폐합을 의미했다. 박정희·노태우정부는 자주국방 차원에서 한반도 항공력을 공군으로 통폐합했으며 항공력을 대거 강화시켰다.

1970년대 초반 한국공군은 3개 전투비행단, 200대 미만의 비교적 성능이 떨어지는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공군 전력이 북한공군 전력의 1/3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노력으로 1970년대 말경 한국공군은 F-4D, F-5E와 같은 북한의 첨단 전투기보다 우수한 전투기 350대 이상, 8개 전투비행단을 유지하는 전력으로 급성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120대의 F-16, 42대의 F-4 팬텀기를 추가 구입했으며, 19비와 20비란 2개 전투비행단을 창설했다. 육군 방공포병사령부를 공군으로 통합시켰다.

이 같은 박정희·노태우정권의 노력으로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미 국방부장관 슐레진거(James R Schlesinger)와 박 전 대통령의 1975년 8월 대화는 이 같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군 전력이 계획대로 강화되면 소련과 중국의 상당한 지원이 없는 한 향후 5년 이내에 북한의 남침에 독자적으로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국방 중심의 국방개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국가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자주국방 목표 국방개혁이 성과 내

1990년대 이후의 한국군 국방개혁에서는 육군, 해군 및 해병대 또한 항공력을 대거 건설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는 한반도 항공력의 통합적인 획득 및 운영 개념과 배치됐다.

국방개혁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윤석열정부는 자주국방이란 목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자주국방 차원에서 한반도 항공력을 공군으로 모두 통폐합시켜야 할 것이다. 병력 조정 과정에서 또한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