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안·지정학적 위기 … 에너지기업 판 커진다
내일신문-코트라 'G20 국가별 시총 톱 10' 조사
9개국서 시가총액 1위 … 전체기업 중 26% 차지
세계화 퇴조에 따른 공급망 교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기업 위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에서는 에너지기업의 역할과 성장세가 뚜렷했다.
9일 내일신문이 코트라(KOTRA) 해외무역관과 공동으로 'G20 국가별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다. 국가별 2023년 12월 29일 종가 기준(각국 통화를 원화로 환산)으로 조사했다.
국가별 시총 1위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조사대상 19개국 중 9개국에서 에너지기업이 차지했다. 영국로열 더치쉘, 이탈리아 에넬, 러시아로스네프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인도 릴라이언스, 호주 BHP, 남아프리카공화국 BHP,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아르헨티나 이페에페 등이다.
에너지기업이 시총 1위를 차지한 국가는 3년전 조사(2020년 말 종가) 당시 4개국이었다. 이후 2022년 말 8개국, 2023년 말 9개국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재기업이 시총 1위를 차지한 국가도 3개국에 달했다. 중국 마오타이, 프랑스 루이비통, 멕시코 월마트멕시코 등이다. 미국(애플)과 독일(SAP)은 정보통신, 한국(삼성전자)과 일본(도요타)은 제조업이 시총 1위 기업이다.
G20 국가별 시총 상위 10개사 총 190개 기업을 업종별로 조사한 결과는 금융업이 51개사(26.8%)로 가장 많았다. 금융업은 2021년 말 56개사에서 2022년 말 53개사, 2023년 말 51개사로 하락세다. 반면 같은기간 에너지기업은 37개사, 2022년 46개사, 2023년 49개사(25.8%)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 2023년 말 기준 제조업 27개사(14.2%), 정보통신 21개사(11.1%), 바이오·헬스 9개사(4.7%), 기타 8개사(4.2%) 등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G20 국가에서 에너지기업의 약진은 국제 에너지가격이 공급망과 지정학적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며 "그린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패턴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지구(IEA)는 2040년까지 세계 에너지분야에 89조8426억달러(약 12경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액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한편 G20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 20개국이지만 이번 조사는 예년과 통일성을 위해 19개국을 대상(EU 의장국 스페인 제외)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020년, 2021년, 2022년에 이어 네 번째 실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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