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권력-미래권력' 힘겨루기 시작됐다

2024-01-22 11:19:36 게재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거절"

윤 대통령, 직접 챙기던 '민생토론회' 불참

집권 3년차 때마다 반복되던 장면이 재연됐다. 현재권력 윤석열 대통령과 미래권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을 놓고서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직접 챙겨오던 '민생토론회(업무보고)'에 불참하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회의하는 한동훈 위원장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의 대통령실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날 한 위원장은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임기 사수 의지를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이어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데 대해 사퇴요구 및 거절 답변을 확인해준 셈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에 대한 입장'을 내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 요인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4월 10일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 드려서 지금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 행태로 국민이 고통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당정갈등 폭발의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그간 직접 챙겨오던 '민생토론회(업무보고)'에도 갑자기 불참했다. 이날 서울 홍릉동 소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의 불참으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주관했다. 윤 대통령 불참은 토론회 시작 37분 전인 9시 23분 공지될 정도로 긴급하게 결정됐다.

총선을 80일도 남겨두지 않고 터진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의 충돌 사태로 여당 내부도 뒤숭숭하다. 집권 이후 여당 지도부만 5번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총선 직전까지 당정 간 갈등이 폭발하는 데 대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저공비행하는 상황에서 당정일체를 계속 주장하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정치권에선 향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에서 재의결시 반란표 발생 여부 등이 이번 갈등의 승패가 어디로 향할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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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이재걸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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