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학기술 어디까지 왔나 ④ | 4. 공공분야연구

빵·맥주를 우리 가루쌀로 … 메탄가스 감축 벼 개발

2024-01-25 11:53:01 게재

민간이 개발하기 힘든 공공분야 농업과학기술 연구 … 횡적협업 통해 미래농업 부가가치 높이고, 친환경산업으로 재편

우리 농산업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몇가지 지표가 있다. 밭농업 기계화율과 국산품종 점유율, 스마트팜 기자재 국산화율 등이다. 농업·농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2월 열린 농업과학기술 우수성과 공유대회에서 △산업화 기초연구 △미래성장 기초연구 △현장 실용화 △공공분야로 나누어 15건의 우수성과를 선정했다. 내일신문은 4회에 걸쳐 농촌진흥청 핵심 연구과제를 게재한다.

농가에서 손쉽게 활용 가능한 축산식품 위해요소(식중독균·동물약품) 진단 기술이 개발돼 기존 검사시간을 8시간~40시간에서 50분으로 단축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농업과학기술 연구에서 지속가능한 공공분야 성과 5개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아직 상업성이 부족해 민간에서 연구하기 어렵지만 공공성이 강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수 연구로 꼽히는 과제다. 이 중 빠르고 간편하게 식중독 등 위해요소를 검출하는 축산물 안전진단 센서는 지난해 농업기술대상을 수상했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차장은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관행 방식으로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조직과 전공이 다른 전문가들이 원팀으로 모여 최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횡적협업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가루쌀로 수입밀 10% 대체 = 공공분야 연구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가루쌀 보급 확대다. 가루쌀은 제과제빵 업계에서 바로 적용하기 어려워 공공에서 적합성 연구 등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제분 가능한 가루쌀 전용 품종 '바로미2'를 육성하고 있다. 재배기술개발과 가공적성 연계 연구해 가루쌀 안정생산 및 보급확대 기반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밀 수입 의존도를 10% 낮추고 쌀 수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과학기술 공공분야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프리카 벼 확산 프로젝트. 우간다에서 재배되는 벼 우량종자 생산단지 모습.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가루쌀'은 작은 힘으로도 쉽게 가루가 되는 쌀을 말하며 물에 불리지 않고 빻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멥쌀의 경우 딱딱하기 때문에 좋은 고품질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에 불렸다가 빻는 습식제분을 해야 하지만 가루쌀은 물에 불릴 필요가 없이 국내에서 사용되는 제분기를 바로 사용해서 가루를 낼 수 있다. 대표품종이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바로미2'다. 특히 가루쌀은 6월말~7월 초 모를 심고 아주 더운 여름에도 잘 자라 밀·보리 이모작에도 적합하다.

◆메탄가스 줄이는 벼 '밀양360호'개발 = 공공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온실가스 감축이다. 벼 재배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메탄가스 발생을 16% 감축해 온실가스 절감에 도움이 되는 '밀양360호'를 개발했다. 가루쌀 '바로미2'도 메탄배출량이 36% 감축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논에 물을 담아 재배할 때 많은 양의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혐기조건에서 벼 뿌리에서 나오는 물질을 메탄생성균이 양분으로 삼아 메탄을 생성해 벼 줄기를 통해 방출한다. 메탄의 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25배로 전 세계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은 2950만톤에 달한다. 자동차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24.8%에 해당하는 수치다. 논 1㏊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은 연간 자동차 2.5대가 방출하는 양과 같다.

밀양360호는 육종을 통해 벼 알 크기를 키워 뿌리에서 나오는 물질을 줄일 수 있다. 메탄생성균의 밀도를 감소시켜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저감시키는 기술이다. 밀양360호는 올해 품종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포장 완충제, 버려지는 버섯 배지로 = 농촌분야 재활용(업사이클) 문제도 공공에서 연구해야 할 분야다. 농촌진흥청은 버섯 균사체의 생물학적 장점을 활용해 이미 사용한 버섯 배지를 재활용해 친환경 포장 완충제를 개발했다. 소재에 적합한 우수 균주 2건을 선발하고 배양속도를 기존 30일에서 7일로 단축한 것이다.

버섯 배지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포장재.

특히 버섯 균사 중 생장 속도가 빠르고 특성이 우수하고 밀도가 높아 친환경 소재로 좋은 국내 자생 버섯 균주를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한 균주로 단계별 배양법을 통해 물리성을 향상시킨 버섯 포장재는 실험 결과 기존 스티로폼 대비 약 4배 우수한 강도를 보였다.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 시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이 많이 방출되며 매립 시 분해되기까지 500년 이상 소요되는 반면 버섯 균사체 친환경 포장 소재는 매립 시 1∼2년 안에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축산물 안전진단센서로 식품안전 = 축산 분야에서는 식품안전 문제가 공공분야 우수 연구로 선정됐다. 농가·축산물 생산업체에서 손쉽게 활용 가능한 축산식품 위해요소(식중독균·동물약품) 현장진단 기술로 기존 검사시간을 8~40시간에서 50분으로 단축한 기술이다. 오염을 사전예방해 식중독을 1% 줄일 경우 연간 약 180억원 경제적 손실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

가루쌀 바로미2로 만든 가공품.

기존 식중독균 검출법(개별 선택배지 활용)은 균종 확인까지 장시간(2∼10일) 소요돼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방법으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술은 시료 전처리부터 최종 발색반응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튜브에서 진행해 시료 손실 방지, 분석시간 단축, 분석 편리성을 확보했다. 국내·외 신속검사방법(미국 3M 등)은 사전배양(8∼48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전배양 없이 약 50분 만에 10CFU/㎖까지 진단이 가능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검출 민감도를 보였다.

이 기술로 안전관리 정책(축산물 PLS 시행, 2024년), 축산가공업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의무 적용 확대 등에 대한 현장의 애로를 해결할 수 있다. 진단센서 활용 시 검사시간 단축과 비용절감을 할 수 있고 전문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또 식중독균 배지검사법 대비 시간단축(2일 이상 → 50분)과 1종 당 비용을 2만8243원 절감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부는 한국쌀 바람 = 공공분야 연구 중 해외사업으로는 아프리카 벼 확산 프로젝트가 꼽힌다. 아프리카 식량 증산을 위해 다수확 벼 종자 생산·보급, 재배기술, 기계화 등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개발원조 사업으로 대상 국가는 7개국에서 시작해 현재는 10개국으로 확대했다.

이 중 농진청은 아프리카 적응 다수성 벼 품종개발, 종자생산 기술지원, 현지 인력 강화를 위한 벼 전문가 파견과 한국 초청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라이스피아(RiceSPIA)로 불리는 아프리카 벼 종자 생산체계 향상 사업은 국산 품종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동시에 농산업 기술 해외 진출의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에 기여하는 목표로 추진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한 기대효과도 크다. 벼 다수확 우량종자 공급 확대로 2027년부터 연간 3000만명에게 식량 공급이 가능한 분량인 1만톤의 우량종자를 생산해 보급할 계획이다.

국산 농기계·농자재 사용으로 유통·마케팅 등 관련 산업분야 발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이를 통해 다른 산업분야 및 국제평화협력, 문화교류로도 관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6월 개최될 예정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선정될 만큼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라이스피아 사업의 추진 성과를 바탕으로 K-농업기술을 알려 한국 농업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높이고 국격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K-라이스벨트와 연계해 벼 우량종자를 생산하는 라이스피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을 돕겠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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