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등록제

전국 공공도서관 올해 말 등록 가능할까

2024-03-14 13:00:00 게재

개정된 도서관법 따라 등록제 신설 … 전국등록관청협의체 따르면 기준 충족 23% 불과

도서관법이 2022년 말 전면개정되면서 도서관 등록제가 신설됐다. 각 공공도서관들은 법정 기준 이상의 사서와 자료 시설을 갖춰 올해 말까지 각 시도 등 등록관청에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법정 사서 배치기준을 충족하는 공공도서관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도서관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공공도서관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하는 가운데 등록 기준이 현실화돼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현장 공공도서관에 따르면 등록 기준에 따른 공공도서관 등록률은 23%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도서관법 시행령에 예외 조항이 있어 각 지자체들이 조례를 통해 등록 기준을 낮출 수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공공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 이의종

◆법정 기준 이상 사서 배치해야 = 2022년 말 전면개정된 도서관법에는 등록제가 신설됐다. 공공도서관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법정 기준 이상의 사서와 자료 시설을 갖춰 각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서는 최소 4명 이상 근무해야 한다. 이에 더해 다음의 경우에 사서를 추가하게 된다. 우선,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가 2만명 이상인 경우 사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 추가 배치는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2만명)/2만명’의 산출공식에 따른다. 여기서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란 공공도서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의 봉사대상 인구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시도의 총 인구 수를 해당 시도 내에서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의 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총 인구는 942만8372명이며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은 199개관이다. ‘942만8372/199’를 계산하면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 4만7378.754명이 산출된다. 이를 산출공식에 적용하면 ‘(4만7378.754-2만)/2만’이며 1.369명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서울에 있는 모든 공공도서관 사서 수 산출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서울에 있는 모든 공공도서관의 경우, 최소 4명 이상에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가 2만명 이상인 경우에 해당돼 5명 이상(소수점 이하 버림)의 사서를 배치해야 한다.

도서관 면적에 따라서도 사서를 추가하게 돼 있다. 도서관 면적은 최소 330제곱미터 이상으로 하되 도서관 면적이 33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 ‘(도서관 면적-330제곱미터)/330제곱미터’에 따라 사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 이동도서관과 스마트도서관 등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고시하는 도서관 서비스에 대해서는 담당 사서 1명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 자료의 경우,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가 2만명 미만인 경우 1만점 이상, 2만명 이상 5만명 미만인 경우 1만5000점 이상, 5만명 이상인 경우 3만점 이상의 자료를 갖추게 돼 있다.

이같은 요건을 갖춰 공공도서관들은 12월 7일까지 각 시도 지자체 및 시도 교육감에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미등록 공공도서관의 경우 국가지원사업 및 공공도서관 운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며 정부포상에서도 제외된다. 즉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한 공모사업, 지자체 보조사업 등을 운영할 때 그 대상을 등록 공공도서관으로 한정할 수 있다.

◆지자체 조례로 사서 배치기준 낮출 수도 = 현장 공공도서관에 따르면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서 배치기준이다. 공공도서관 인구 수 및 면적에 따라 사서를 추가 배치하는 것이 현장 공공도서관에는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시도 지자체 및 시도 교육청 34곳이 함께하는 전국등록관청협의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도서관의 예상 등록률은 2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의 한 자치구 공공도서관의 경우 사서가 4명 배치된 도서관이 4곳이다. 서울 공공도서관의 경우 면적 기준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에 따라 5명의 사서를 최소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4명이 배치된 공공도서관들은 도서관법에 따른 등록 요건에 미달하는 셈이다.

다만 배치하는 사서의 기준에는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포함된다. 채용의 조건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포함한다는 문체부의 해석에 따른다. 각 공공도서관들 입장에서는 사서 배치 기준을 갖추는 것이 보다 수월해진 셈이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사서 배치기준 예외조항이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서관법 시행령 별표 5의 비고에 따르면 지자체는 ‘지역여건이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중략) 사서 배치기준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사서 배치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지자체들이 조례를 정해 사서 배치기준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 공공도서관들에 따르면 부산과 제주가 이미 조례를 통해 사서 배치기준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의견 최대한 반영” = 현장 공공도서관들은 도서관법 개정을 통해 기존에 설립돼 있는 공공도서관에 대해서는 등록제 적용을 제외하고 새로 설립되는 도서관들을 대상으로 등록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사서협의회와 경기도사서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제9차 사서릴레이대토론회: 코앞에 닥친 도서관 등록제,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신선주 서울시사서협의회 공동대표(중곡문화체육센터도서관 관장)는 “처음엔 적정기준을 충족하면 등록할 수 있는 신고제로 논의됐으나 법안심의 과정에서 등록제로 바뀌었다”면서 “지역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면적은 넓고 사서 수가 매우 적은 경우가 많아서 등록이 더 어려울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조례를 통해 사서 배치기준을 낮추려는 움직임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도서관 현장의 기본 생태를 질적으로 높이고자 했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어 한국도서관협회와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서관협회는 산하에 도서관 등록제 TF를 만들고 공공도서관 등록제에 대응하고 있다. 도서관 등록제 TF 위원장인 장인호 대진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도서관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도서관협회 내 법제위원들과 현장 사서들이 함께 TF를 구성해 관련 시행령 개정이나 조례 제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문체부와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34곳이나 되는 등록관청이 등록제 업무를 처음 하게 되는데 이들의 의견을 듣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체부 관계자는 “법에 3년마다 재검토를 하게 돼 있으며 법에 큰 틀은 정해져 있지만 세부적인 지침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면서 “올해 공공도서관들이 등록을 하는 상황을 보고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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