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이상민 ‘변신’ 유권자 판단은

2024-03-14 13:00:32 게재

“서운,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지”

민주당 과학자 황정아로 지역 공략

대전 유성을은 대전지역 7개 선거구 가운데 야당세가 가장 강한 곳으로 통한다. 4년 전인 2020년 총선은 물론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이곳은 모두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원을 비롯한 화이트칼라층이 대거 거주하는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대전 유성을이 관심지역으로 떠오는 이유는 이곳에서 내리 5선을 한 이상민 의원이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으로 갈아타면서다.

이상민 의원의 여당 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반석역 인근 반석마을 5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난 정 모(58)씨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의원이 너무 쉽게 당을 옮긴 것 아닌가 싶어 서운하다”면서 “국회의원을 뽑을 때는 사람 못지않게 당을 보는데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13일 주민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사진 이상민캠프 제공

반면 이 의원 사무소가 정면에서 보이는 송림마을 주민 최 모(67)씨는 “한동훈 위원장이 영입했으니까 여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상민 의원을 공천한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학자 출신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각각 공천했다.

또 다른 아파트 밀집지역인 관평동으로 이동하는 사이 만난 개인택시 기사 조 모씨는 여론조사 이야기를 꺼냈다. KBS·한국리서치의 유성을 지지도 조사(8~10일. 508명. 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황정아 후보 47%, 이상민 후보 28%로 나타났다. 조씨는 “민주당 사람들은 똘똘 뭉쳤는데, 국민의힘은 20년을 반대편에 있던 사람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뛸지 궁금하다”고 했다.

양 후보 모두 대덕연구개발특구라는 특성을 반영, 과학기술계 공약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다. 연구개발(R&D) 5% 확보 법제화, 과학기술부 장관의 과학기술부총리 승격, 연구기관 자율성 등의 보장 등이 공동으로 포함됐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3일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황정아캠프 제공

유성구 특성을 반영한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 구축, 나노·반도체 국가첨단산단 조성, 안산 국방산단 조성, 첨단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등도 마찬가지다.

당 인재영입 케이스로 입당, 비례가 아닌 지역구를 선택한 황 예비후보는 선거구에 다수 거주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원 등을 대변하겠다고 나섰다.

황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권의 연구개발 예산 4조6000억원 삭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망가졌다”며 “윤 정권이 망가뜨린 국가의 미래를 바로잡고 대한민국 과학강국 시대·과학강국 수도 유성의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2004년 총선 유성구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후 이 지역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정치인생 동안 몸을 담았던 정당 안에서 항상 비주류로 활동해왔던 이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독주체제를 비판하며 전격 탈당해 국힘의힘으로 당을 옮겼다.

이상민 예비후보는 “우리 지역이 민주당세가 강하고 연구개발비 삭감 파동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당을 옮겼다”며 “연구개발비 삭감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권에 나 같은 중진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운·이명환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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