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오고 의·정 진지한 대화하라”

2024-03-18 13:00:02 게재

환자 피해신고 509건, 생명 보호가 우선 … “의대 증원 시대과제 함께 해결해야”

1만2000여명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지 한달째다. 그동안 환자 피해신고는 509건에 이른다. 급기야 전공의를 보호하겠다며 의대교수들이 25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환자들과 국민들의 우려와 공분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해서 전공의는 근무지로 돌아오고 사태해결을 위해 의사단체와 정부는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중앙재난대책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2월 19일 피해신고 지원센터를 설치한 이후 3월 15일까지 전체 상담 건수는 1414건이다. 이 중 피해신고는 509건이며 의료이용과 법률상담은 905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대본은 피해신고 건은 해당 지자체와 협력해 가능한 범위에서 수술과 진료 일정이 조율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빅5 병원 등 수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술 연기 등을 40~50%를 유지하면서 의료진이 아직은 버티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의사, 환자와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등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17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아픈 환자와 가족 당사자가 느끼는 긴장과 우려는 매우 크다. 나영명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환자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환자의 불편함이 많다”고 밝혔다. 나 기획실장은 “환자와 국민들은 진료현장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공분이 크다.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전공의들은 진료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정부와 의사단체는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게 서둘러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방재승 비대위 위원장(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각 대학은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우리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한발씩만 양보함으로써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시작이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의사단체에도 진지한 논의를 요청한 셈이다.

관련해서 조규홍 중앙재난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장관)은 “우리 국민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들이 실제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달라. 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개혁과제 논의에 함께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 ‘정부안대로 추진’이 47%, ‘규모·시기 조정 중재안 마련’이 41%로 나타났다. 그리고 의사계 반발과 의료공백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의견은 38%, ‘잘못하고 있다’ 답한 경우 49%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 의대증원에 대한 입장이 변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조사 데이타를 분석해보면 의대증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은 6%에 불과하다. 또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에는 의대증원이 23%를 차지한 반면 부정평가에 의대증원이 7% 정도 포함돼 의대증원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의 평가가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수련병원 등 큰 병원에서 전공의가 이탈했지만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이 다른 중형병원 등을 이용하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아직 발생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지방의료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에도 의사들이 매우 부족하고 의사인력 확대는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또 조 원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운 전례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대규모 장기 이탈을 했다.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며 “의료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 공공의료 마인드를 가진 의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정원을 351명을 줄인 이후 약 7000명의 의사가 줄었다. 의대증원하지 않으면 10년후에는 1만명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번 5년간 1만명 증원은 이전에 줄인 의사 수를 복원하는 수준인 셈”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2000명씩 늘리는 방안이 무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 이사장은 “2035년이 되면 70세 넘은 의사가 3만2000명정도 된다. 10년 넘는 의사양성 기간을 고려하면 지금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인구 고령화로 질환 환경이 바뀌고 전국적으로 불균형한 의료인력과 자원으로 지방 주민들은 온전한 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데 의사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본은 18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사 수 확대를 추진할 때마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정책이 좌절된 그간의 역사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면서도 의료계와 대화와 설득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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