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진짜 이유

2024-05-24 13:00:01 게재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 파워를 이용해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해왔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가 이머징국가로 흘러 들어가면서 해당국가의 경제가 성장하고 자산가격도 상승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해외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던 달러가 다시 안전자산인 미국내 국채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이머징국가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자산시장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시장은 점점 하락하게 되고 시장 공포는 더 커진다. 자산가격은 한없이 추락한다. 이때 미국의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들은 방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의 곳곳에서 크게 다운시킨 저렴한 가격으로 포식자처럼 핵심자산들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런 논리에 맞춰 현재의 세계경제 흐름을 한번 짚어보고 미국이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는지 보자.

다른 나라 경제사정 고려 않는 연준

미국은 코로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제한 돈을 풀기 시작한다. 2020년 3월 6일부터 2021년 3월 11일까지 거의 6조달러에 가까운 돈을 풀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년에 걸쳐 4조5000억달러(5760조원)를 푼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렸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모든 자산가격이 상승했고 인플레이션도 하늘높이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을 가리키는 지표 중 하나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7월 1981년 이후 최대폭인 9.1%까지 상승했다. 넘치는 돈과 글로벌 셧다운에 따른 공급부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철강 등 주요 원자재와 식량가격은 고공행진했다. 인플레이션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중심으로 전세계 주요국가는 모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2022년 3월 처음으로 인상해(0.25%→0.5%), 2023년 5월에 5.25%까지 올렸다.

금리인상은 돈의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같다. 주요국들은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에 나섰다. 돈이 갑자기 회수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가 회수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달러, 이는 신흥국이 감당해야 할 금융위기다. 지난 40여년 간 미국은 자국 내 경제문제를 양적완화(통화량 증대)를 통해 극복해왔다. 풀린 달러는 해외로 수출되며 달러가 많아지면 그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를 보유한 주변 국가들은 가만히 앉아 외화자산이 낮아지는 피해를 본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해외에 있던 달러는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주변국은 달러 부족 현상, 즉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보다 자국의 금리를 더 올려 방어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이나 금융시장 등에 생긴 부채는 가중되고 자산가격은 하락하는 피해를 겪게 된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의 국가부도위기, 1990년대 아시아의 외환위기, 2008년 중국의 금융위기 등이 그 사례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연동해서 떨어지고 있다. 2021년 6월 달러당 8리라였던 터키 리라화는 현재 32.28리라까지 폭락했다.

다른 나라 환율이 폭락하고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 홍수가 나도 미 연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확대 조짐으로 연준에 대한 각 국가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빨리 금리를 인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5월인 지금도 금리인하 조짐은 없다. 단지 인플레이션 문제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중국 전기자동차 수입 규제의 이면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완다가 60% 지분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중동 석유부자들로부터 600억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다. 과거 기업공개(IPO) 당시에 비해 44% 싼 가격으로 투자를 받았다. 앞으로 중국 전역에서 벌어들이는 이익 100위안 중 60위안은 중동부자들에게 가게 된다. 이처럼 자산가격이 떨어질 때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은 거대한 자본을 갖고 진출해 ‘주워먹기’를 시작한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부동산가격은 크게 하락했고 은행들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정부나 한국정부가 채무자들의 상환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다면 파산 기업이 무더기로 나왔을 것이다.

한국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PF위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채권자들에게 이미 2번이나 채무연장을 요청했다. 이것이 4월 위기설의 시작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2번의 연장(약 1년)을 진행하면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준은 여전히 물가가 목표치에 못미치고 취업률도 좋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확언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도 부동산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코로나 기간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돈을 풀어왔다. 지준율인하와 금리인하 등 모든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돌아서면 상대적으로 상황개선이 수월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중요한 시대적 변화가 있으니 바로 신재생에너지 자동차시장 확대다. 친환경이슈는 유럽이 선도해 2030년부터 석유자동차 생산을 금지하는 정책도 가장 빨리 정했다. 미국도 테슬라 중심으로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이끌었다.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정부지원을 앞세워 전략적으로 투자한 결과 현재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가 되었다. 중국 수출 자동차 중 60% 이상이 전기자동차다. 비야디와 같은 전기자동차업체는 이미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등이 되었다. 유럽시장과 미국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자 당황한 서방국가들은 급기야 관세부과 등 중국 전기자동차 수입제재에 나섰다. 유럽의회는 석유자동차 사용금지는 중국에 모든 시장을 내주는 것과 같다면서 발표 시점을 늦출 것을 제안했다. 다시 말해 중국 같은 이머징국가들이 탄소배출이 심하다며 교토의정서 같은 협정을 만들어 이들 국가의 산업발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시작해 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이 안하겠다고 생떼를 쓰는 격이다.

자동차산업은 사실 서방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전략산업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산업을 중국기업들이 석권하면 미국이나 유럽은 반도체산업 외에는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어진다. 그런데 전기자동차(자율주행자동차로 발전)는 석유를 쓰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석유수입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달러는 석유에 페깅돼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만약 전세계가 모두 전기자동차로 대체돼버리면 달러의 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위기를 이전할 수도 없고 저렴한 자산들을 쓸어 담아 높은 수익을 남길 수도 없다.

이것이 미국 재무장관 옐런이 4월 4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이유다. 옐런은 연준의장을 지낸 경제전문가이자 세계경제 움직임을 꿰뚫어볼 수 있는 몇 안되는 학자다. 그녀가 허리펑 부총리와 리창 총리를 만나 요구한 것은 바로 중국제품 가격인상과 중국인들의 월급인상이다. 그리고 생산과잉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쉬운 말로 하면 너무 싼 가격으로 수출하면 자국 기업이 다 죽고 산업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또 전기자동차가 석유자동차를 아예 대체해버리면 자국 자동차산업 기술우위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달러체제까지 흔들리게 되니 이제 그만 하라고 한 것이다.

돈도 벌고 기축통화 자리도 지킬 묘수

따라서 지금 미국은 금리를 빨리 인하할 수 없다. 시간을 더 끌어 많은 나라들이 무너지면 그때 진출해서 폭락한 자산들을 쓸어 담고 몇년 후 다시 팔고 나오면 돈은 돈대로 벌고 달러의 기축통화 위치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목표 국가 하나가 중국이고 한국이다. 이 두 나라는 먹을 만한 자산이 많은 국가다. 그리고 둘 다 부동산 위기가 가장 큰 위기이기에 금리인상은 바로 국가 기반이 무너지게 하는 도화선이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