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해상풍력

한 해역서 원전 - 풍력 - 생물다양성까지 신 ‘녹녹갈등’

2024-06-10 13:00:01 게재

예고된 재앙에도 ‘해상풍력·전력망 특별법’ 21대 국회서 폐기 … 기후위기 대응 위해선 생물다양성 손실 최소화 필수

4일 전남 영광 납대기는 괭이갈매기 뿔제비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노랑부리백로(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들로 가득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새부터 어른 새까지, 인간의 접근을 경계하듯 요란스럽게 날갯짓을 하며 목청껏 울어댔다.

4일 전라남도 납대기에서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이 괭이갈매기 등의 서식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근 전남 영광 칠산도 역시 비슷했다. 괭이갈매기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번식지인 칠산도는 무인도 7개로 이뤄진 섬이다. 국내 최대의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입도를 할 수는 없었지만 새들로 빼곡해 섬이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그야말로 생물다양성의 보고였다. 문제는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서남해에 해상풍력발전이 대거 들어설 전망이라는 점이다.

전라남도 영광군의 낙월면 송이리에 속하는 칠산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약 17km 떨어진 7개의 무인도다.

4일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해상풍력발전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해상풍력발전은 하되 자연과 에너지의 공존을 어떻게 하면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에너지전망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해상풍력 시장 규모는 2040년까지 매년 13%씩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전력 공급 3%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할 거라는 분석이다. 또한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실린 논문 ‘해양구조물의 생태학적 역할’에 따르면 해상풍력 구조물은 빠르게 늘어나 최근 전세계 해양에 있는 석유 및 가스 구조물의 수(약 9000개)를 넘어섰다.

전라북도 부안 및 고창군 해역에 있는 풍력발전 실증 단지.

◆서남해에 쏠리는 재생에너지로 전환 = 지난달 31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풍력 설비용량은 2022년 1.9GW에서 2038년 40.7GW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육상풍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적 제약이 적어 대규모 건설이 용이하고 소음공해 등 우려가 덜한 해상풍력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덩달아 수심이 얕고 섬이 많아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서남해에 관심이 쏠리게 됐고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저어새.

하지만 이 지역의 경우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이기도 하다. 생물은 서식환경이 변화하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택하지만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한국환경생물학회지에 실린 ‘바닷새 및 해양어류의 이동 연구동향:위치추적 기법과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바닷새와 해양어류는 서로의 이동과 분포에 직·간접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친다. 바닷새의 공간이용은 이들의 먹이원인 해양어류의 공간이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때문에 해상풍력발전 건설 시 사전에 이러한 변화들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성은 물론 생물다양성에 영향이 적은 해역을 선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납대기.

‘해상풍력발전 입지선정 지원을 위한 환경공간정보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2010년 이후부터 해상풍력발전단지 입지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동반경이 넓고 집단이 큰 갈매기류를 중심으로 입지 제한 거리에 대한 제안도 이뤄졌다. 해양성 조류의 집단번식지와 이동 형태를 사전에 파악해 조류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입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아가 해외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 등 해양 인공 구조물이 수명이 다했을 때 처리 방안에 대한 고민까지 이뤄지고 있다. 폐기를 할지 아니면 자연 암초의 일부 기능을 모방하면서 의도적으로 해저에 건설되거나 배치된 수중 구조물처럼 활용할지 등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다각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칠산도는 괭이갈매기 저어새 등의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유기체 변화 예측 어려워 =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4일 전북 고창군 한 항구에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살고 있었다. 선박과 차들이 오고 가는 한복판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 살고 있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는 평평한 땅을 약간 움푹 파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마침 해당 지역은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평평하게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공사 지연 등으로 작업을 잠시 쉬는 기간에 검은머리물떼새가 둥지를 튼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이 새들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볼 수는 없다. 다른 곳에 더 좋은 서식지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동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서식지 간의 안전한 이동 경로를 보장하는 건 필수다.

이 연구위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개발을 하고 해당 서식공간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대체서식지를 함께 만들어 줘야 한다”며 “철새 등에게 더 나은 서식지가 인근에 있다는 정보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려주는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랑부리백로.

게다가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해양생물들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어디로 이동하거나 분산할지 사전에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행동 및 진화 생태학’에 실린 논문 ‘글로벌 어류 이동 과학, 보존 및 정책의 미래에 관한 100가지 긴급 질문’에 따르면, 철새 등과 같은 이동성 종은 온난화 등과 같은 지구 변화에 불균형적으로 더 영향을 받는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변화하는 지리적으로 분리된 여러 서식지에 의존하는 이동성 종 특성 때문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일대 송전탑.

◆바다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끌어와야 = 우리가 풍력발전으로 에너지전환을 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풍력발전으로 인한 변화가 기휘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최대한 생물다양성 영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갈등을 차치하고라도 해당 지역에 풍력발전을 할 수밖에 없다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앞바다에는 한국해상풍력 실증단지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1년 이명박정부 주도로 시작된 이 실증단지의 사업자인 한국해상풍력이 발전허가를 받은 게 2016년이다.

어린 괭이갈매기.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러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계통 연계다. 해상풍력의 경우 생산한 전력을 육지까지 끌고 와서 계통에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5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해상풍력의 경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도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해상풍력을 한다고 말이 나온 지 약 10년이 넘었는데도 제자리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풍력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 확충특별법 등이 논의 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4일 기후솔루션 등 기후·청년단체는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 전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발휘해 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어업인 수용성이 확보된 발전 지구에 대해 각종 인허가 등 사업 지원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영광·고창=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사진 이의종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