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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바디캠 도입으로 확 바뀔 치안현장

2024-06-17 13:00:11 게재

경찰은 권력기관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인권침해의 잠재적 가해자로 의심받아 왔고, 여전히 현실에 대한 불만을 욕설과 폭력으로 쏟아내도 탈 없는 대상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바디캠(Body Cam)은 공무집행방해와 수사·단속과정에서 시비에 시달려 온 경찰관들이 사비를 털어 구입·사용해왔는데 올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으로 7월 31일부터는 경찰장비의 하나인 ‘경찰착용기록장치’로 공식 도입하게 된다.

바디캠 도입은 매우 신중한 과정을 거쳤다. 2015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심의를 통해 도입한 100대를 2021년까지 시운영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경찰관의 직무수행 중 폭언·폭행으로 인한 공무집행방해 행위 대응 차원의 증거수집에 중점을 두었다. 그나마도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미래 신기술의 활용에 있어 ‘법률적 통제’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바디캠은 경찰관은 물론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영상증거를 확보하는 데에 유용하다. 선진국의 경우 바디캠이 과도한 법 집행에 대한 시민감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공무집행방해 행위나 무분별한 민원제기를 억지하고 폭언·폭행 등의 증거확보 수단으로 도입 필요성을 논의해왔다. 경찰관과 상대방의 행태를 영상으로 분석해 경찰관 교육훈련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찰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속속 도입하는 추세

바디캠은 10여년 전 그 필요성이 대두된 이래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폭 수용되는 추세다. 런던경찰은 2016년부터 근무 중인 모든 외근 경찰관에게 이 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는데, 이후 법 집행의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주·야간 촬영이 가능한 바디캠으로 불심검문 등 공무집행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공무집행 과정의 몸싸움이나 언쟁 등 사후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톡톡히 효과를 봤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2015년부터 사용을 시작했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감시 우려로 경찰력 약화를 가져올 거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법 집행 중에 발생한 시민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전격 도입해 경찰력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개정으로 바디캠은 경찰의 사건·사고 현장에서 객관적 진실을 전해 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법에서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전 또는 직후에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 그리고 일정한 재난이나 응급구호가 필요한 상황 등에서 직무수행 과정을 근거리에서 영상·음성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문물이 제도 속으로 들어올 때는 그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지역경찰의 12% 정도가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예산 여건상 내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보급하기 때문에 공식 보급될 때까지 개별 구매한 장치를 그대로 등록·사용한다는 점에서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치 도입에 보다 속도를 내 경찰청 공식 기기의 신속한 도입과 엄격한 사용·관리가 요구된다.

앞으로 시행까지 준비할 것도 많다. 수집 목적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위·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영상정보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핵심이 될 것이다. 임의 편집이나 복사·삭제 금지는 물론 촬영상황은 실시간으로 데이터센터에 전송·공유되며 전 과정이 연속해 촬영되어야 하고 영상정보 처리방법과 보관기간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바디캠으로 수집한 영상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정보데이터베이스를 최소 시·도경찰청 단위로 규모 있게 갖추어 판도라 상자로 곡해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운영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불필요한 민원 줄여 경찰인권 보장 기대

CCTV는 과거 도입 당시 논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시민 자유의 파수꾼이 됐다. 휴대폰으로 동료경찰을 촬영해 주는 현실에서 바디캠의 본격 도입은 공무집행방해 행위와 무분별한 민원제기를 줄여 경찰인권을 보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객관적 진실을 말해 줄 새와 쥐가 모두 떠난 세상, 이제는 바디캠이 듣고 또한 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치안현장이 확 바뀌길 기대한다.

이상훈 대전대학교 교수 경찰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