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는 밀정·연탄가스”… 다시 부상한 ‘건국절’ 논란
이종찬, 윤 대통령에 “상당한 배신감 … 극우에 휘둘려”
대통령실 “건국절 추진, 언급한 적도 없다” 해명 나서
민주당 “뉴라이트 인사 독버섯처럼 포진” 맹공 펼쳐
‘건국절’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헌법에 명시한 임시정부 역사를 무시하고 광복이후 정부수립을 건국절로 규정하며 일본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한다는 평가를 받는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정부 조직내에 대거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독립기념관 관장한다는 사람이 뉴라이트의 깃발을 들고 일본 국적이 당연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어찌 매국이 아니겠느냐”며 “뉴라아트는 밀정이다. 밀정이 자신을 밀정이라고 한 적 있나. 뉴라이트도 자신을 뉴라이트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폐해는 계속되고 있다”며 “마치 연탄가스처럼. 형체는 없는데 피해는 막심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 주변의 밀정들이 이 연극을 꾸민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전)전전의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전후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으로는 이웃나라로서 서로 잘 갈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했다.
‘밀정’에 의해 윤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메시지와 정책, 인사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상당한 배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전에 분명히 말했다’는 전제로 “우리는 전전 일본과 전후 일본을 혼동하지 말자는 것이다. 전전은 세계를 침략해 피해를 준 일본, 전후는 평화헌법을 지키는 일본이다”고 했다. “전전 일본의 상황을 전후에 갖고 가 계속 영향을 미치면 두 나라 관계가 영원히 평행선 간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했다.
◆이종찬 회장이 느낀 배신감은 = 이 회장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이날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회장과) 매일같이 얘기를 나눈다”며 “(이 회장)당신이 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금 보여주는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신다는 것”이라고 했다. “왜 대통령이 그런 식의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극우적인 사람들에 휘둘리느냐는 것이냐”는 얘기다.
그는 “(이 회장은)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와 한일 우호 협력 관계를 굉장히 중시하는 분”이라며 “지난 번 기시다(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 전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했다. “우리의 기본적인 역사관이 분명하게 서 있어야 국내에서 분란이 없고 합의가 될 텐데 그런 것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국내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국민의 정서를 건드리는 걸 하면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가져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한일간 우호적 관계개선에 대해)의회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서도 (이 회장이)도와주려고 했는데 (대통령) 본인이 걷어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일본하고 과거의 일본을 구별해서 과거 일본의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묻고 지금 일본과는 협력관계로 가야 된다”며 “이런 기조 위에서 오늘날의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나가는 것을 서포트해 주셨는데 과거의 일본에 대해서 아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대한민국의 기본 입장을 훼손시켜가면서 이렇게 나가는 그 바탕을 그 뒤에서 그것을 그런 식으로 추동하는 세력이 누구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인사’로 말하는 친일행보 =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있던 친일행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앞세우며 대법원의 강제노동 판결과 관련한 ‘제 3자 배상’, 독도의 일본영토 주장이나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미온한 대처,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군함의 국내 진입 허용, 군함도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강제성’ 포함 실패와 함께 각종 인사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뉴라이트가 이단 종파처럼 우리 사회 일각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지만 얼빠진 정권을 숙주로 독버섯처럼 창궐하는 권력 집단이 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며 “이미 통일부장관, 안보실 차장, 진화위 위원장, 국가교육위원장, 한국학 중앙연구원장, 동북아 역사재단 이사장, 국사편찬위원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제 독립기념관장까지 뉴라이트 인사가 차지한 꼴”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여 오히려 전전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1948년 건국을 집요하게 갖고 가 전전 일본이 준 피해를 무조건 잊으라고 하는 것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일제 식민 지배정당화는 안 된다는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했다.
인사-정책-발언 등에 배어 있는 뉴라이트의 그림자가 대통령실의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더라도 걷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김 관장, 보훈부에서도 ‘건국절 추진’에 부정적인 점을 들어 광복회 등을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복회 뿐만 아니라 같이 보조를 맞추고 있는 야당에서는 ‘선언’이나 ‘설명’이 아닌 ‘행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건국절 추진 불가’ 입장이나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에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건국절을 추진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건국절 추진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안 한다고 선언할 일인지”라고 했다.
이 교수는 “건국절 추진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해 주는 정도의 명분이 있어야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인사 문제는 그 이후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뉴라이트 인사를 주요 역사 관련 기관에 임명하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독립기념관장이 1948년에 대한민국이 광복된 거다라고 말을 하고 있고 1948년 8월 15일(이전)에 광복의 의미가 없다는 말도 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은 독립운동을 완전히 폄훼하고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정당화한다. 그런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임명을 했다는 것은 그 바탕을 이루는 생각이 추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이재걸정재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