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탄핵’ 대검 반발…민주당 “징계해야”
대검 “탄핵, 위헌·위법 … 정치 중립 훼손, 국민 피해”
민주당 “집단반발, 헌법위반 정치행위 … 처벌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2월 2일 추진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에 대해 검찰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를 비롯해 부장검사들이 집단 반발한 데 이어 대검찰청도 검사 탄핵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위헌적 탄핵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헌법 위반 정치행위이며,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2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과 지휘계통 상급자인 조상원 4차장검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사건과 관련한 ‘특혜 조사’ 논란, 도이치모터스 의혹 관련 ‘부실 수사’와 ‘허위 브리핑’ 주장 등을 주된 탄핵 사유로 검토 중이다. 탄핵안은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4일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검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 관련 대검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탄핵이 부당하다고 조목조목 강조했다.
법리적으로는 중대한 위헌·위법을 인정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고, 수사 처분에 불만을 품고 이를 이유로 한 검사 탄핵 추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며, 중앙지검장과 검사들의 직무정지에 따른 민생사건 수사 차질로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봐주기 처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사들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종합해 관련 법률과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는 항고·재항고 등 불복절차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고, 이미 고발인이 항고해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휘라인을 탄핵하면 앞으로는 검사가 사건을 수사할 때 법과 원칙이 아니라 외부 정치권의 뜻에 휘둘리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정치가 사법적 판단에 관여하는 것으로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검은 또 “직무대리 체제로는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고 정치와 무관한 다수 민생 사건의 처리 지연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범죄자들만 이익을 보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헌법 65조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대상자의 직무가 정지된다. 서울중앙지검은 200명이 넘는 검사가 근무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을 보고받고 수사의 방향과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이날 입장문을 낸 대검은 전국 검사들을 지휘하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끄는 곳으로, 총장이 참모진과 며칠간 숙의를 거쳐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이번 중앙지검장 탄핵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심우정 총장은 이날 정기 주례 보고에서 이 지검장에게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검사장과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이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탄핵 추진을 본격화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26일에는 조 차장검사를 제외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인 1~3차장검사가, 27일에는 최 부장검사를 제외한 33명의 보직 부장 전원이 탄핵에 반대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렸다.
이와 관련 민주당도 검찰의 집단반발 움직임에 대해 정치행위이자 집단 행위라며 징계해야 한다고 맞서 검찰과 민주당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사법정의 실현 및 검찰독재 대책위원회’(사검독위)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 반발은 검찰이 안하무인의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에 대한 부정이자 도전이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정치 행위이자 집단행위”라고 비난했다.
사검독위는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 행위와 집단 행위를 금지한다”며 “검찰총장은 이들을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당장 수사하고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류삼영 당시 총경 등을 징계했다”며 “같은 잣대로 검사들을 징계하고 처벌하라”고 했다.
이들은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칼과 방패가 돼 선택적 수사·기소를 하고도 낯이 뜨겁지 않나”라며 “윤석열 정권의 사건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로펌으로 전락한 현실이 창피하지 않나”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검찰이 탄핵당할 상황에 처하자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이재명 대표 방탄’ 운운하니 한심하다”며 “민주당은 정의를 바로 세우고 검찰이 민생 수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검사 탄핵안이 통과되면 검찰의 반발이 더 확산될지 주목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