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 ‘식량’이 ‘안보’다
지난달 말 기상관측 이래 11월 최대 폭설로 농가와 비닐하우스, 축사 등 농업분야의 피해가 잇따랐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한 지 두달 만이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간 뒤에야, 뒤늦은 후회를 할 것이 예상되는데도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을 사자성어로 ‘망우보뢰’라고 한다.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기후위기 속에서 식량안보에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이미 전세계가 봉쇄되는 경험을 했다. 외국에 식량이 아무리 많이 쌓여있어도 배나 비행기가 이동하지 않으면 곡식 한줌 가지고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식량위기가 심화하기 전에 코로나19는 종식됐지만 언제 또 예상치 못한 재난이 국경을 막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식량안보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 아직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인데도 강 건너 불구경에 그치는 모습이다. 이에 공사는 지난 9월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농산물 생산 및 수급안정 대책을 수립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1월 29일에는 국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농산물 수급안정 방안’을 모색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기후위기 시대 농산물 생산과 수급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공론화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2027년까지 5곡 자급률 27%까지 제고
공사의 핵심 업무는 농·수·축·임산물의 수급안정이다.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유통과정에서부터 밑바탕이 받쳐줘야 한다. 특히 기후재난 등 수급불안 요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사는 CA(Controlled Atmosphere, 작물의 호흡을 억제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 등 신규 저장기술을 도입해 비축역량을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당장 내년부터 비축기지에 CA 저장고 5개소 설치를 추진한다.
또한 쌀에 편중된 식량작물 체계를 5곡(쌀·밀·콩·보리·옥수수)으로 재편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무기화’에 대응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식량자급률은 49.3%(2022년) 수준으로 쌀을 제외하면 콩 28%, 옥수수와 밀 자급률은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세계 113개국의 식량안보 지표를 분석해 발표하는 식량안보지수(GFSI)에서는 우리나라는 전세계 113개국 중 39위(2022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항목 중 식량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있는지 측정하는 ‘식량안보 전략 및 식량안보 전담 기구’ 평가에서는 0점을 받았다. 공사는 국제분쟁과 기후위기 등 외부환경 요인으로 인해 언제 우리나라에 식량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위기감을 가지고, 5곡을 전략작물로 육성해 2027년까지 5곡 곡물자급률을 27%까지 올리고자 한다.
당면한 기후위기, 식량안보 강화할 기회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식량을 ‘안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는 식량을 많이 가진 나라가 강한 나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식량안보를 강화할 때다. 우리가 당면한 기후위기는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기회’다. 미리 준비해두면 근심할 일이 적어진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식량안보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