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지속 전망…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2024-12-05 13:00:47 게재

경기침체로 악재에 더 민감한 반응

대외 신인도 하락… 자금조달 우려

원달러 환율 1450원까지 올라갈 듯

비상계엄 사태는 빠르게 정리됐지만 탄핵 이슈 등 계엄 후폭풍 등 정치적 불확실성 리스크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은 정치적 악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위기설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자금조달 리스크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는 내리고 환율은 오르고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식 시세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7.45포인트(0.3%) 오른 2,471.45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는 2.64p(0.39%) 오른 679.79에, 원/달러 환율은 2.3원 오른 1,412.4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원화 가치와 경기에 큰 악영향 = 5일 국내 증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는 빠르게 안정화됐으나 탄핵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좀 더 이어질 전망이라며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국내 성장률 추가 둔화 리스크 확대, 외국인의 자금 이탈 등을 우려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계엄령 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 원화 가치와 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계엄령 책임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 혹은 야당의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고려할 때 정치 불안이 조기에 마무리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환율이 1450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 신인도 하락이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펀더멘탈 약화 심화 속에 국내 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및 국내 자금의 동반 이탈 현상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도 우려된다.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급락하며 차익실현 요구가 큰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은 외국인들의 현선물 포지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국채선물 시장을 중심으로 순매도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신용등급·CDS프리미엄 타격 = 2차적으로 우려되는 사항은 국가 신용등급 타격과 국가·기업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 확대, 외화채권 조달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이후 3대 신용평가사(무디스 Aa2, S&P AA, 피치 AA-)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고, 이를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참고로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전망이 하향 조정된 사례가 있었으며 이번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 역시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원화채권 시장 이탈뿐만 아니라 조달의 관점에서도 한국 및 국내기업들의 CDS 프리미엄 확대 및 외화채권 조달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대해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무디스 기준으로 상위 세 번째인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 또한 기업의 단기조달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지만, 이번 사태의 중장기 영향력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에 향후 6~12개월 시계 하에서 국내 기업의 조달/투자환경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모니터링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CDS 프리미엄 확대로 자금조달도 어려워졌다. CDS 프리미엄이란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이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0.32%포인트 수준에서 3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한때 0.365%p까지 상승했다. 이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안건을 가결하면서 낙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전일보다 높은 0.34%p대를 나타내고 있다. CDS 프리미엄이 오른 만큼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한 해외 자본조달 부담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는 내리고 환율은 오르고 = 5일 장 초반 코스피는 하락 전환해 2450대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대비 7.45포인트(0.3%) 오른 2471.45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9시 23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1.95포인트(0.48%) 떨어진 2452.05에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11억원, 기관은 459억원 순매도 중이고, 개인만 1565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86포인트(1.01%) 내린 670.29이다. 지수는 2.64포인트(0.39%) 오른 679.79로 상승 출발했으나 곧바로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412.4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9시 21분 현재 전일대비 3.8원 오른 1413.9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는 조기에 수습됐으나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탄핵 국면이 시작되며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여전히 1,410원대를 웃도는 원/달러 환율 역시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며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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