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잔해서 새 기후 특성 발견
과거 환경을 알기 위한
과학적 분석은 진화중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7일(현지시간) 다시 문을 열었다. 2019년 4월 15일 밤 화재로 폐허가 된 지 5년여 만이다. 860여년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지만 과학적으로도 큰 발견의 시기이기도 하다. 타버린 노트르담 대성당 잔해에서 중세 기후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기사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엄한 부활, 과학자들에게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다’(리처드 스톤 선임 국제특파원)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타버린 나무 조각들을 이용해 서기 950년에서 1250년까지 지속된 유럽 중세 온난기의 지역적 기후 조건을 알아냈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의 연구책임자이자 화학자인 마르틴 레거르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라는 충격의 시간 뒤 건물의 물리적 파괴가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정보의 손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빠르게 깨달았다”며 “우리의 감정은 과학적 동원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역사유적보존연구소(LRMH) 연구팀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성하던 참나무 구조물들에서 나온 타버린 목재 조각 1만개를 분석했다. 탄화된 나무들 속 셀룰로오스를 분석해 탄소-13과 산소-18 동위원소 수준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했다. 탄소-13은 온도 변화, 산소-18은 습도 변화의 지표가 된다.
물론 연구팀은 화재로 손상된 노트르담 대성당 들보 내부만 분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파리 근교의 두 수도원에서 얻은 자료들을 결합해 980년부터 1180년까지 200년 동안의 기후 조건을 밝혀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파리 지역이 알프스 나무들로부터 추정된 것만큼 따뜻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를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알프스 산맥에 있는 오래된 나무들을 분석해 중세 시대 유럽의 기후를 추정했다. 이번 분석은 종전 연구와 다른 결과다. 같은 시대라도 지역에 따라 기후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과거 기후 조건을 추정하는 과학적인 방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기후 조건을 추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나무 나이테 분석’이다. 통상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형성하는 나무의 특성을 활용한 방법으로 그 해 기후 조건 등에 반응해 너비와 밀도 등이 달라진다.
과거 대기 상태를 그림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에 나타난 하늘의 색상과 빛의 산란 정도를 분석해 대기 중의 입자와 가스 농도를 추정하는 식이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진들은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에 주목했다(영국왕립기상학회지에 실린 ‘비명을 지르는 구름’, 미국기상학회 공보의 ‘에드바르 뭉크의 비명 속 하늘’ 등). 이 그림 속 붉은 하늘이 극지방 주변 고위도의 겨울철에 성층권에서 일몰 즈음에 무지갯빛을 띠며 드물게 나타나는 ‘진주구름(자개구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구름은 1870년 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다. 화산의 영향으로 석양 때 나타나는 구름 등의 자연 사진들과 비교해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들이다. 화산 폭발로 대기 중에 분출된 입자들은 일몰 시 하늘색을 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