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탄마켓 차량테러 막을 수 있었다

2024-12-23 13:00:03 게재

사우디, 용의자 4차례 경고

SNS 테러 예고 글도 올려

지난 20일밤(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 성탄마켓에서 벌어진 차량 테러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비비씨(BBC) 방송은 23일 테러가 벌어지기 전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테러 용의자 탈렙 A에 대해 4차례 경고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 외무부는 탈렙 A의 극단주의적 견해에 대해 독일 정보기관에 3건, 독일 외무부에 1건 등 총 4건의 ‘구두 메모’를 보냈으나, 독일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1974년 사우디에서 태어난 탈렙 A는 2006년 독일에 망명을 신청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국경을 개방해 중동에서 100만명 이상의 이주민을 받아들인 지 1년 후인 2016년, 그는 독일 거주 10년 만에 망명 허가를 받았다.

그는 이슬람교가 공공장소에서 유일하게 허용된 사우디에서 왔지만, 이슬람교에 등을 돌렸고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이단자였다.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자신의 트위터(이후 X) 계정에서 ‘@SaudiExMuslims’라는 태그와 함께 자신을 정신과 의사이자 사우디 인권 운동의 창시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우디 여성들이 유럽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웹사이트를 설립했다. 사우디는 그가 인신매매범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우디 당국은 그에 대한 방대한 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렙 A의 경우 독일 연방 및 주 당국이 심각한 누락 오류를 범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우디의 주장대로 그의 극단주의에 대한 거듭된 경고에 대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는 출신국가에서 위험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탈렙 A는 테러를 저지르기에 앞서 소셜미디어에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A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렙 A는 사건 이전에 소셜미디어에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8월에 올린 한 게시물에서는 “독일이 우리를 죽이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학살하거나, 죽거나, 혹은 자부심 속에 감옥으로 가겠다”고 했다. 같은 달 다른 게시물에는 “독일 대사관을 날려버리거나 독일인을 무차별 살해하지 않고 정의를 구현할 방법이 있느냐. 누구라도 좀 알려 달라”고 적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일간 디벨트는 보안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연방경찰이 그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진행했으나 ‘구체적 위험’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테러 전문가인 페터 노이만은 “이 업계에서 25년간 일하고 나니 놀랄 만한 일이 별로 없는데, ‘독일 동부에 거주하는 무슬림 출신의 50세 사우디인이 반이민 극우정당(AfD)을 지지하면서 독일의 이슬람에 대한 관용을 응징하기를 바랐다’라니, 이건 정말 내 정보망에는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탈 무슬림 중앙위원회’의 미나 아하디 의장은 AFP통신에 “그는 수년간 우리를 공포스럽게 해 왔기 때문에 낯선 인물이 아니다”라며 “그는 극우 음모론에 빠진 사이코패스로, 무슬림만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혐오에 동의하지 않는 모두를 혐오한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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