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덕수-여당 ‘헌재 힘빼기’ 이심전심
윤 대통령, 송달문서 수령거부
여당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서류 수령거부로 지연작전을 벌이는 동안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재판관 임명 지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국회로 떠넘기며 여권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여권이 헌법재판소 관련 일정에 지연작전을 펴는 것은 시간을 끌수록 여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헌법재판소가 현 6인 체제로 탄핵 심판의 결론을 내게 될 경우 ‘탄핵 기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데다 재판관 임명 지연으로 탄핵 심리가 길어지면 4월 중순에 2명의 재판관이 또 퇴임을 맞는 변수가 생긴다. 탄핵을 기정사실화 하더라도 시간을 끌수록 여당으로서는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늦어질수록 심리적 압박이 커지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현재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당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결과가 탄핵 선고 전에 나올 경우 정치 지형이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여야가 각자의 셈법 속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불가’와 ‘조속한 임명’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여야간 합의’를 요청한 한 권한대행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6일 오전 총리실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으로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탄핵심판 시간끌기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임명동의안 처리시 “즉각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라며 “헌법상 권력분립과 삼권분립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이 재판관 임명을 걸고넘어지는 동안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송달한 탄핵심판 접수통지서 수령 거부 등으로 재판 지연작전을 벌였다. 헌재가 지난 17일 준비명령을 통해 24일까지 제출을 요구한 12·3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1호 등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수령 거부 사태에 헌재는 관저에 우편 서류가 도착한 20일에 정상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오는 27일 예정대로 1차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윤 대통령 측은 대리인 선임도 하지 않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