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실탄 5만7천발 동원”
윤 대통령 주장 정면배치 김용현 공소장
‘체포조’ 가동 … ‘제2 계엄’ 준비 정황도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된 군인이 동원한 실탄의 양이 5만발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조를 운영하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에도 2차 계엄을 준비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내용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공소장 내용의 대부분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
6일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12.3 내란 당시 군이 동원한 실탄은 5만7735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실탄을 동원한 곳은 특수전사령부다.
특전사 산하 1공수여단은 지난해 12월 4일 0시 45분경 유사시 2개 대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소총용 실탄 5.56mm 실탄 5만400발을 수송차량에 싣고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707특수임무단은 헬기 12대에 실탄 960발을 적재하고 국회로 출동했고, 선관위로 출동한 3공수여단과 9공수여단도 실탄으로 무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방위사령부 산하 대테러 특수임무부대 16명은 소총, 저격소총 등과 함께 5.56mm 보통탄 1920발, 5.56mm 예광탄 320발, 9mm 보통탄 540발, 엽총용 산탄 30발, 섬광폭음수류탄 10발 등으로 무장한 채 국회로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 장악 지시를 받은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소령급 인원 8명에게 인당 10발의 실탄을 준비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정보사 계획처장 등 10명은 실탄 총 100발과 탄창을 갖고 선관위로 출동했다고 한다.
이는 “(국방장관에게)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을 하지 말도록 했다”는 윤 대통령의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 내용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의 대변인을 자처한 석동현 변호사가 “실무장하지 않은 300명 미만의 군인이 국회로 갔다”고 했던 것과도 어긋난다.
석 변호사는 또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당시 조직적으로 체포조를 가동한 사실이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직후 김 전 장관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0여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했고, 방첩사는 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달 4일 0시 25분쯤 5명으로 1개팀을 구성해 총 10개팀을 국회로 보냈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방첩사 수사관 49명은 지난달 4일 0시 48분쯤 국회 인근에 순차적으로 도착했지만 현장의 시민 인파 탓에 차량에서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비상계엄의) 목적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고 “국회를 해산하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공소장에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당시 상황이 담겼다.
검찰은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계엄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에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적시했다.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국헌 문란 목적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후 제2의 계엄을 준비했던 정황도 공소장에 담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에도 계엄 해제를 발표하지 않고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에서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최병옥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과 회의를 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곽 특전사령관에게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재차 투입할 수 있는지 문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헌법상 국민주권제도, 의회제도, 정당제도, 사법제도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무장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결론 지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