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버티기에 경찰과 충돌 우려

2025-01-07 13:00:34 게재

철조망 설치 등 관저 요새화 나서 … 특수단, 2차 영장 집행 방해시 체포 계획

체포영장 재집행 주체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공조에 합의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영장을 재청구했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체포영장 재집행 시 관저 출입을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된다.

6일 특수단에 따르면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2차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가 저지할 경우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다시 집행하게 되면 윤 대통령 체포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로 하고, 윤 대통령의 정확한 소재 파악에도 나섰다. 또 경호처 직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경우 이들을 체포하는 방안도 공수처와 논의하고 있다. 특히 특수단은 2차 체포영장 집행 때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은 형사기동대나 경찰특공대 파견을 공수처와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투입하지 않았다.

◆“재집행도 쉽지 않을 것” = 경호처는 체포영장 재집행 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관저 출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찰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머뭇거리는 사이 경호처가 관저를 사실상 요새화해 재집행도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경호처는 1차 집행 당시 버스와 승용차 등으로 ‘차벽’을 만들고 3차 저지선까지 구축했었다. 이후 2차 집행을 대비해 주말 사이 차량을 여러 대 동원해 관저 입구를 봉쇄했고, 관저 주변 숲속에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1차 집행 시도 당일인 3일 윤 대통령 체포를 막으려는 경호처 직원들과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했으나, 공수처측에서 난색을 보여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특히 경호처는 부인하고 있지만 1차 집행 때에 일부 인원이 개인화기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충돌이 거세질 경우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특수단은 1차 집행 당시 경호처가 일반 병사(사병)를 동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호처는 사병 투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버스로 막힌 대통령 관저 입구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들로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경호처, 박종준 경호처장 소환도 거부 = 또한 경호처는 7일 경찰의 경호처장에 대한 특수단의 2차 출석 요구와 관련해 “박 처장의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아 오늘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특수단은 박 처장에게 7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호처는 이날 “오늘과 내일 중 변호인을 선임해 (경찰 출석)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언론에 공지했다.

박 처장은 지난 4일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엄중한 시기로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다.

박 처장은 내란 혐의로도 고발돼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박 처장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에게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오라고 연락한 인물로 지목됐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경호처 이광우 경호본부장도 이날 오후 2시까지 불러 조사할 계획이지만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총리 재소환 일정 조율 중 = 한편, 특수단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6일 “한 총리의 두 번째 출석일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앞서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비공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수단은 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소환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대통령실·당정 관계자 25명, 군인 19명(현역 17명, 예비역 2명), 경찰 5명 등 총 49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 한 총리, 국무위원 9명,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12명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입건된 상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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