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앞두고 메타도 눈치보기

2025-01-08 13:00:05 게재

“페이스북 팩트체킹 폐지”

팩트체크 커뮤니티 강력 우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을 운영하는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내 자사 플랫폼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킹 등의 활동을 하는 제3자 사실확인 프로그램(3PFC)을 폐지한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메타의 제3자 사실확인 프로그램은 2016년부터 시작돼 전세계 90개 이상의 조직과 협력하여 운영되며, 회사 측은 이 프로그램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고 사람들에게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열흘 정도 남겨둔 시점에 돌연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한 것은 사실상 트럼프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6년 대선 때부터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과 이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확산한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근본으로 돌아가 실수를 줄이고, 우리의 정책을 단순화하고, 우리의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우선 미국에서 펙트체커(팩트체크 담당자 또는 기능)를 없앨 것이며, 그것을 엑스(X·옛 트위터)의 ‘커뮤니티 노트’와 유사한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노트는 엑스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들이 의견을 달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엑스가 가짜뉴스 대응 차원에서 만든 기능이다.

뿐만 아니라 저커버그는 그동안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의 사실관계를 점검해 온 팩트체커들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됐고, 우리에 대한 신뢰를 창출하기보다는 망가뜨렸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의 이날 발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려는 트럼프 당선인 진영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군다나 저커버그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이종격투기 최고경영자(CEO)를 메타의 이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 난동사건을 즈음해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가 2023년 초에 계정을 복구한 바 있다.

저커버그의 이날 발표에 대해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를 비롯한 각국의 팩트체커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앤지 홀란 IFCN 디렉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일상생활과 친구 및 가족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는 소셜미디어 사용자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게시물을 검열하거나 삭제한 적이 없다”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에 정보와 맥락을 추가하고 사기 콘텐츠와 음모론을 폭로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메타의 결정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메타에서 사용하는 팩트체커는 초당파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원칙 강령을 따른다”면서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결정은 새 행정부와 그 지지자들의 극심한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장은 미국에서 프로그램을 폐지하지만 점차 유럽과 중남미 등을 비롯한 다른 대륙과 나라들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IFCN 인준사이자 유럽 사실확인 표준네트워크(EFCSN)에 소속돼 있는 스페인 팩트체크 기관 factico는 성명을 통해 “Meta가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지만 사실 확인은 여전히 ​​중요하다”면서 “잘못된 정보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으로서 우리는 이 작업이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사실과 허위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할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가 국경을 넘나드는 세상에서 진실에 대한 헌신은 비즈니스 결정을 초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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