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안쪽’ 들여다보기
교과 연계 적합서 사회 ④ ‘정치와 법’ 사회생활과 법
“이 책은 20년 동안 판사로 일했던 지은이가 사회적 논란이 컸던 ‘김성재 살인사건’ ‘낙지 살인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등 30건의 판결을 꼽아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고 재조명한 에세이다. 사법부의 판단과 대중 간의 괴리를 큰 뿌리로 삼아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안일수록 왜 무죄추정 원칙이 지켜지기 어려운지, 직접증거가 없을 때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등을 들려준다. 상식에 동떨어진 판결이 왜 자꾸 반복되는지 알고 싶거나 미래의 솔로몬을 꿈꾸고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승지홍 경기 풍산고 교사 등 사회 교과 자문 교사단이 ‘판결의 재구성’을 추천하는 이유다.

사회 시스템상 사법부는 최종 판단자다. 판결에 대한 비판은 판사들 사이에서조차 금기 중의 금기다. 이 책은 ‘판사들이 무풍지대인 판결의 안쪽에 안주하며 내적 연마를 게을리 하고 있진 않은가?’라고 물으며 1995년에 벌어진 ‘인기 가수 김성재 살인사건’으로 포문을 연다. 당시 김성재는 졸레틸이라는 약물로 사망했는데 여자 친구 김씨가 졸레틸 한 병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데 법원에서는 ‘한 병은 치사량에 못 미친다’는 논리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는 법에 있어 전문가지만 그 때문에 ‘논리 협곡’이라는 맹점에 빠지기도 한다고 책은 지적한다. 개별 증거에 집착하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선 광기와 잔혹함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과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공분을 산 판결을 다룬다. 2부에 나온 ‘'즐거운 사라' 사건’을 주목하자. 창작과 예술의 영역에 국가 형벌권이 동원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명쾌하고도 신랄하게 풀어낸다. 노벨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정부가 주도한 ‘블랙리스트’에 거론됐던 창작자들의 얼굴이 겹치며 더욱 공감이 간다.
3부에서는 재심 끝에 뒤늦게 진실이 밝혀진 사건 등 9건의 재판을 통해 판결의 내일을 내다본다. 판결이 정의에 눈감지 않고 외곬 논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유익을 넘은 재미다. ‘그때 그 판결에 동의하지 못한’ 모두에게 권한다.
김한나·정나래 기자 ybbnni@naeil.com
※ 추천 도서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정남구·시대의창), 인구가 줄면 정말 위험할까?(승지홍·글담출판사),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계명대출판부),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