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개헌’ 운은 뗐지만… 추진동력 관건
계엄직후 단체장 중심 필요성 제기
내란사태 해결 논점 흐릴까 우려도
12.3내란사태를 계기로 현재의 대통령제를 대체할 분권개헌 필요성을 언급하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분권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 중심에는 시·도지사들이 있었다.
유 시장은 지난 2일 출입기자 신년간담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지난해 12월 2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의 정치 안정을 위해 지금이 개헌 최적기”라고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승자독식의 의회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이른바 87년 헌법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치권 전체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혼란 상황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은 탄핵을 둘러싼 심리적 분단상태”라고 규정하고 “제도적으로 협치가 가능한 통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문제는 분권개헌 요구가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느냐다. 우선 시민사회와 학계 등은 원론적으로 분권개헌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분권개헌을 요구해온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성명을 통해 “12.3계엄사태와 같은 반민주적 폭거는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국민주도 개헌을 통해 시대정신을 담은 헌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운동광주본부와 지방분권전남연대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국무총리와 권한 분산 등 수평적 분권과 행정부·입법부 권한의 지방정부·지방의회 분산, 주민참정권 강화 등 수직적 분권을 위한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등 정치원로들도 개헌 논의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동안 분권개헌에 소극적이던 여당 단체장들의 개헌 요구는 자칫 국면전환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란사태의 논점을 흐릴 수 있다는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보다는 시민사회가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두영 분권개헌운동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집중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개헌 논의를 시작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며 “탄핵결정 직후 준비된 개헌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