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약, 세계 농업시장 수출길 열었다
지난해 수출 8억달러로 61.7% 증가 … 농식품·농산업 전체 수출량 130억달러 돌파
지난해 한국 농약(작물보호제)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품질과 안전성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한 한국 농약은 중국 농약에 비해 품질과 안전성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 농약업계는 한국과 협력을 통해 자국 농약의 원제(원료물질)을 바꿔 한국산 이름으로 판매하는 영업 전략을 쓰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약은 남미와 동남아 권역에서 완제품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61.7% 증가했다. 품목별 수출 증가율에서 1위다.
지난해 농약 수출액은 8억690만달러로 전년도 4억9900만달러 보다 3억700만달러 증가했다. 수출세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원제 개발과 신제품 출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원제 개발이 정체되면서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원제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8년까지 5년간 총 253억원을 투입하는 ‘수출전략형 신작물보호제 기반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팜한농은 제초제 ‘테라도’를 개발해 2023년 세계 최대 농약시장으로 꼽히는 브라질에 수출을 성공시켰다. 앞서 팜한농 ‘테라도’는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수출길을 열었다.
팜한농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 9개국에서 누적 매출 2000억원(2023년 기준)을 돌파하며 신작물보호제 개발을 통한 수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팜한농 관계자는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국제 농약시장에서 존립이 위태로워 질 정도로 약제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약 제조업체인 신젠타의 ‘인시피오’, 동방아그로의 ‘버픽스’와 ‘돌진입제’ 등 최근 출시한 제품들도 국내에서 선전하면서 농약시장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젠타는 올해 출하량 기준 인시피오가 살충제 시장 1위 자리에 등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K-푸드플러스(농식품+전후방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130억3000만달러(잠정)로 집계됐다. 농식품은 99억8000만달러, 전후방산업은 30억5000만달러다.
농식품 수출은 최근 3년간 수출 성장률의 3배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15년 이후 9년 연속 성장세다. 농식품 수출 1위 품목인 라면은 전년도 실적인 9억5000만달러를 10개월만에 초과 달성해 연말까지 12억5000만달러 수출했다. 전년 대비 31.1% 성장세다. 라면은 드라마 영화 등에 자주 노출되고 라면먹기 행사가 유행하면서 권역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텍사스의 대형 유통매장 신규 입점에 성공하면서 수출이 70% 이상 증가했다.
상위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쌀가공식품은 전년 대비 38.4% 성장한 3억달러 수출했다. 미국 수출량이 51.0% 증가했다. 김치는 1억6360만달러 물량을 수출했다. 역대 최대 실적인 2021년 1억5990만달러를 3년만에 넘어선 것이다. 미국과 네덜란드 등 신규 시장에 비건김치 상온유통김치 등 신제품을 소개하고 입점매장을 확대한 것이 수출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후방산업으로 일컫는 농산업에서는 30억5000만달러 수출고를 기록했다. 수출액 비중이 큰 농기계와 스마트팜의 성장 둔화에도 반려동물사료(펫푸드) 동물용의약품 농약 등 유망품목 수출 증가로 전년 대비 감소폭은 2.4%에 그쳤다.
농약은 지난해 남미와 동남아 권역에서 완제품 수출이 확대되며 61.7% 증가했다. 동물용의약품은 양계백신 중동지역 수요가 늘어 9% 증가했다. 반려동물사료는 2024년 신규사업을 통해 해외시장 조사, 해외 규격인증 취득, 상품 연구·개발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데 힘입어 수출액이 7.4% 증가했다.
스마트팜은 전년도 대형수주(2023년 1억49000만달러 중 79%)의 역기저효과로 수출·수주액은 감소했지만 전년 대비 수주건수와 진출국 증가로 수출 영토를 확장하는 성과가 있었다. 지연된 해외 수주 건들이(1억6600만달러) 최종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형석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올해 국내외 통상환경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한류와 K-푸드 인기, 농기계 시장 성장세 등을 기회요인으로 활용해 수출 확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수출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박람회·마케팅 지원,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