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부결…‘소신’ 설자리 좁아지는 여당
갈수록 강성 목소리 커져 … “당론 안 따르면 탈당해라”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 0표→2표→6표→4표 감소 선회
12.3 계엄 사태가 한 달을 넘기면서 국민의힘이 점점 강경해지는 기류다. 친윤(윤석열)이 주도권을 쥐면서 노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지키기’에 나선 모습이다. 비주류의 소신 행보는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8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특검법) 재표결이 실시됐지만 전부 부결됐다.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네 번째 재표결이었지만 재석 300명,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이 108명인 걸 감안하면 이탈표는 4표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세 차례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는 0표→2표→6표로 증가세였다. 지난해 12월 7일 실시된 세 번째 재표결에서는 가결 정족수(200표)에 단 2표가 부족할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여당 내에서도 “더 이상 김 여사를 방어해줄 수 없다”는 기류가 커져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가 터지고 한 달이 지난 뒤 실시된 네 번째 재표결에서는 이탈표가 오히려 4표로 줄면서 ‘부결 운명’을 되풀이했다. 지난달 14일 실시된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여당 이탈표는 12표였는데, 그에 비해서도 이탈표는 ‘급감’한 것이다.
이날 ‘내란 특검법’ 재표결도 재석 300명,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이탈표는 6표로 추정됐다.
이 같은 표결 결과는 국민의힘 내부의 강경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12.3 계엄 사태 직후에는 여당도 여론 눈치 때문에 자숙하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밀리면 죽는다”는 강경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새벽에는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한남동 관저로 달려갔다. 여당 의원 108명 중 절반 가까이가 윤 대통령 ‘경호대’를 자처한 것이다.
8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쌍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일부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론과 반대되는 행위를 한 김상욱 의원에게 ‘당론과 함께 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권유했다”며 “(쌍특검법에 찬성한 의원들과) 과연 같은 당을 할 수 있는지 많은 의원이 불만을 표시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강경 기류는 ‘한동훈 체제’가 무너지고, 당 지도부를 친윤(권영세 비대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이 장악하면서 급속히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한동훈 체제’에서는 친한을 중심으로 소신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친윤을 견제했지만, 한 전 대표가 사퇴하고 친윤 지도부가 들어선 뒤에는 소신은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친한 인사는 8일 “친윤이 당을 장악한 뒤부터 광풍이 불고 있다. 소신을 해당행위로 몰아 죽이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더 이상 이성이 작동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쌍특검법 부결 직후 “의인 10명이 없어서 망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국민의힘도 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