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담은 ‘시대 정신’ 프로젝트 시작

2025-01-10 13:00:27 게재

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 ‘일상의 실천’ 기획

“오늘날 민주주의 다시 정의하는 데 기여”

1960년 4.19 민주화 운동부터 2024년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관통한 시민의 목소리 ‘시국선언문’이 시각 언어로 재탄생한다고 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이 9일 밝혔다.

일상의 실천_임민재

‘일상의실천’이 기획하고 63개의 개인 및 단체에 속한 정상급 현업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시도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에 발표된 시국 선언문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포스터를 통해 권력의 남용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기획된 해당 프로젝트는 1960년 4.19 민주화 운동 이후 65년간 발표된 220여건의 주요 시국선언을 아카이브하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이어 최근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부터 최정상급 실력을 인정받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정리된 시국선언 중 본인이 원하는 단어나 문장을 선택해 이를 포스터 등으로 제작하는 디자인 작업이 1달여간 이뤄졌다.

참여 디자이너들은 과거 시국선언문에 담긴 문구나 단어가 주는 교훈이 지금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각적 발언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시 정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동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의 시국선언’이기도 하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63개 그룹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작업물을 10일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SNS)에 순차적으로 게재할 계획이다. 각 작품들은 ‘#시대정신프로젝트’ ‘#시국선언포스터’와 같은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한번에 검색할 수 있다. 24일에는 모든 작품을 한 곳에서 모아 주요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대 정신’ 웹사이트(manifesto.ing)를 만날 수 있다.

오프라인 전시도 진행될 예정이다. 2월 24일부터 3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리얼레이션 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대관 및 전시물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을 표한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폰트 제공), SAA(실크스크린 포스터 인쇄), 리얼레이션 스페이스(전시 공간), 새로움아이(전시 시공), 안그라픽스(도록 출판), 퍼스트경일(도록 제작) 등이 후원했다. 전시 관람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웹사이트를 통해 안내된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를 기획한 ‘일상의실천’ 관계자는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에서 얻은 교훈이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국 선언문을 다시 소환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오늘날 디자이너가 사회에 발언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 결과물로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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