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내란 피의자 지킴이’ 전락하나
‘윤 방어권 보장’ 안건 상정 논란
12.3 위헌·국제조약 위반엔 ‘침묵’
국가인권위원회가 ‘12.3 내란’ 사태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인권위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등을 철저히 보장하라는 내용의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13일 전원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김용원 상임위원,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 등 5명이 발의한 이 안건은 헌법재판소장에게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등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에게 계엄 관련 재판에서 체포·구속을 엄격히 심사하고 보석을 적극 허가할 것,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 등에게 불구속 수사를 할 것과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철회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도록 하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안건에서 인권위는 12.3 비상계엄 발령이 정당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수사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안건 문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국회가 야당의 의석 숫자를 무기 삼아 정당한 사유 없이 탄핵소추안 발의를 남용하여 온 것은 국헌문란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형사소송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될 때까지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함이 상당하다” △“헌법재판소가 비록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결정에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등 윤 대통령측 및 여당의 일방주장을 여과 없이 인권위 판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의 이같은 적극적 인권보장 권고 시도는 ‘12.3 내란’ 사태 발생 때와 상반된다.
앞서 인권위는 ‘12.3 내란’ 사태 발생 8일이 지나서야 입장문을 냈다. 그마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호가 위헌이고 인권 관련 국제인권조약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인권위가 13일 회의에서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안건을 가결할 우려가 상당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권위원 11명 중 5명이 발의를 한 데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안창호 위원장도 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3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긴급 성명문을 내고 반발했다.
이들은 “한덕수 탄핵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규탄하는 내용의 안건 상정을 결재한 안창호 위원장은 내란수괴에 동조하는 것이냐”며 “안 위원장과 5명의 발의자는 안건을 철회하고 사과,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