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정국 한 달 만에 ‘코로나사태 1년’보다 돈 더 풀었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총액 2024년 106.1조원으로 폭증
12월 한 달에만 47.6조원 매입 … 2020년 한 해 총액 상회
12.3 내란사태로 금융시장 흔들리자 ‘무제한 유동성 공급’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진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 총액이 4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한 해보다 더 많은 규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RP)이 47조6000억원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매입한 4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한 해의 총액은 106조1000억원으로 2020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내란사태가 부른 금융시장 불안 = 한국은행은 대내외 여건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한다. 금융기관의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 3월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그 해에만 모두 42조3000억원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후 2021년 4조원, 2022년 26조8000억원 수준으로 매입량을 조절했고 3고(고금리·고물가·고유가)현상 심화로 내수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3년에는 다시 50조9000억원의 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12월 한 달동안 47조6000억원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미 11월까지 58조5000억원을 매입한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매입량은 사상 처음으로 106조1000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함께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난 3일 밤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정부 5년간 64.7조 풀었는데 = 과거 현 여권으부터 ‘돈풀기 정부’란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정부 당시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문재인정부 5년(2017년~2021년)간 매입한 채권 총액은 64조7000억원 규모다.
결국 문재인정부 5년 매입 총액의 무려 73.6%에 달하는 유동성이 지난 12월 한 달 만에 풀린 셈이다.
정일영 의원은 “내란사태 한 달간 쏟아 부은 돈이 코로나사태 당시 한 해보다 많았다”라면서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크다는 것을 한국은행이 입증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2022년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총액은 26조8000억원이었다.
부자감세 역풍으로 세수펑크 사태가 발생한 2023년에는 50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4년의 경우는 11월까지 58조5000억원이었는데, 12월 단 한 달 동안 매입한 채권 총액이 47조6000억이 됐다. 2023년 총액(약 51조)의 93.5%에 달한다.
한편 한국은행은 유동성 공급량을 파악하기 위해 상환 후 잔액의 일 평균을 기준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적용해도 내란사태 여파는 상당했다. 2024년 12월 환매조건부채권 잔액 평균은 14조9000억원으로 직전 최고액이었던 2020년 6월의 14조원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일영 의원은 “야당의 발목 잡기를 계엄의 원인이라고 변명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정작 국가 경제의 발목을 부러뜨린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