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원투수’ 최상목, 대외신인도 걸림돌 되나
헌재재판관 임명 ‘여야합의’하라며 ‘직무유기’
윤 체포 “알아서 조정” 사실상 버티기 공조
내란사태 종식 때까지 ‘경제 구원투수’로 기대됐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행보가 논란이다. ‘경제 소방수’는커녕 대외신인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4일 서복경 더가능 연구소 대표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자신의 말처럼 최소한의 권한행사로 경제를 살리고 내란사태 종식에 역할을 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내란수사나 신속한 탄핵절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란사태 와중의 한국경제가 정상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불확실성 종결이 최우선 과제다. 비상계엄 발령 이후 세계금융시장은 한국이 얼마나 빨리 정상적 정치·경제시스템을 가동하느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발령으로 내란사태가 발발한 지 6주째 접어들고 있지만 최근까지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수사 버티기와 엄호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한국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5.9%가 폭등했다. 지난해 11월말까지 139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12.3 비상계엄 직후 1440원대로 치솟았다.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잠시 진정국면을 보이다가 사태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물론 최근 환율급등의 큰 요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다. 여기에 한국은 ‘비상계엄사태’가 겹치며 더 큰 폭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실제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달 주요국 통화 중 한국의 원화가치 하락폭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률이 5.9%를 기록한 반면 △대만달러 1.0% △EU유로(-1.48%) △영국파운드(-1.29%) △스위스프랑(-2.42%) △호주달러 5.1% △일본엔화 5.2% 등이었다.
세계금융시장은 또 한국이 내란사태의 진상을 신속히 밝히고 책임자를 제대로 문책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내란수사 진척여부를 ‘한국의 정치경제시스템 정상화’의 잣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위로 끝나자 주요 외신들은 이를 신속히 보도하며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특히 유력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즈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윤 대통령의 체포 무산으로 한국은 더 큰 정치경제적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최 대행은 “폭력사태가 없도록 기관(공수처·경찰-경호처)간 협의를 잘하라”고만 하고 있다. 법원이 발급한 체포영장 집행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고 양비론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최 대행은 1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의 요청을 받고 경찰에 ‘경호처 지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은 또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빠르게 탄핵절차를 밟아 민주적 정치시스템을 회복하는지도 주목하고 있다. 최 대행은 권한대행 취임 직후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헌재 재판관 중 2명을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는 ‘여당 반대’를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홍성국 전 의원은 “시간이 늘어지면 절망은 제곱으로 커진다”며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의 하강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홍식·박준규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