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윤 대통령 옹호’ 권고 일단 저지

2025-01-14 13:00:23 게재

인권위 직원, 인권단체 등 막아서

20일 회의서 재의결 시도 가능성

국가인권위들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방어권 보장 권고를 시도했지만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 야권의 반대로 저지됐다.

인권위원들이 발의한 안건이 문제가 돼 전원위가 취소된 것은 인권위 출범 이래 최초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3시 14층 전원위원회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김용원·강정혜·김종민·이한별·한석훈 위원의 이름으로 상정된 이 안건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하고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인권위 직원 50여명, 인권단체 회원 50여명이 회의장 주변을 막아서며 격렬히 항의하면서 2시간 45분가량 대치가 이어졌다.

직원 및 인권단체 회원들은 복도에서 ‘반인권 비상계엄 동조 안창호 사퇴하라’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내란 동조 어용 위원 퇴진” “반인권 계엄독재 옹호 김용원 사퇴” 등을 외치며 인권위원들에게 항의했다.

안건 상정을 주도한 김용원 위원은 ‘내란수괴 피의자도 인권이 있다’며 이들과 1시간가량 설전을 벌였고 안창호 위원장은 두 차례 회의실 앞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국회의원들도 이날 인권위를 찾았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박성준·고민정·서미화·정진욱·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개혁신당) 의원은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창호 위원장과 ‘내란 비호 안건’을 발의한 5인 위원으로 인해 인권위가 반인권·반민주·반헌법 위원회가 됐다”며 “인권위를 망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15층 인권위원장실에서 안 위원장에게 안건 철회를 요구했으나 “잘 논의해서 좋은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는 원칙론적 답변만 들었다.

이어진 대치 끝에 회의는 오후 5시 45분 공식 취소됐다. 안 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은 15층 인권위원장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20일 전원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

고민정 의원은 회의가 무산된 후 기자들과 만나 “(안건을 발의한) 5명의 위원 중 철회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분들은 불가피하게 법적조치 대상”이라며 “안건이 완벽하게 철회되고 폐기될 때까지 계속 오겠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인권위가 채택해서는 안 될 이 권고안을 다시 상정할 생각을 집어치우라”며 “해당 안건이 철회될 때까지 인권위의 후퇴, 내란옹호세력 비호를 막아내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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