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용납 못하는 여당…‘원팀’ 흔들

2025-01-14 13:00:28 게재

13일 의총 ‘김상욱 성토장’

계엄 뒤 비주류 배척 기류

비주류 “상대 인정” 반박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김상욱 성토장’이 되면서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3 계엄 이후 다수인 친윤계(윤석열)는 소수 비주류와 함께 가기 어렵다는 태도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당이 ‘원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13일 내란 특검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김상욱 의원이 “자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고 주장하자, 친윤계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김대식 의원은 “우리가 전두환 추종세력인가, 우리가 히틀러, 김상욱은 유대인인가”라며 “김상욱 의원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8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김상욱 의원에게 직접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주류 조경태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친윤계의 ‘김상욱 성토’에 대해 “요즘에 유치원생들도 그렇게 수준 낮게 안 한다. 민주 정당이라면 상대를 인정하면서 가야 된다”고 반박했다.

여당의 주류 친윤계 대 비주류 갈등은 12.3 계엄 사태 이후 점점 심각해지는 기류다. 계엄 직후인 지난달 4일 실시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는 친한계(한동훈)를 중심으로 의원 18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1차 표결에는 ‘불참 당론’을 어기고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지난달 14일 실시된 탄핵안 2차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당론과 달리 찬성표를 던졌다.

새해 들어 실시된 쌍특검법 표결에서도 이탈표는 계속됐다. 지난 8일 ‘김 여사 특검법’ 표결에서는 여당에서 이탈표가 4표 나왔고, 같은 날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는 6표 나왔다. 계엄 사태 이후 여당 내에서 비주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류 친윤계에서는 비주류 목소리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탄핵안 2차 표결이 여당발 이탈표(12명)로 인해 가결되자, 의원들 단체대화방에는 친윤계 의원이 “자해정치를 하는 이재명과 민주당 부역자들을 덜어내자” “90명이라도 똘똘 뭉쳐 새로운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비주류를 덜어내고 친윤계만 똘똘 뭉쳐서 당을 꾸리자는 주장이다. 연장선상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김상욱 내쫓기’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류 친윤계의 비주류를 겨냥한 공격이 더 심해지면 조만간 펼쳐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원팀’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6년 박근혜 탄핵 당시 여당 새누리당은 내부 갈등 끝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섰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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