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조사

2025-01-15 13:00:20 게재

공수처, 200쪽 질문지 … 계엄기획·지시 등 확인 전망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 수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면 곧바로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송돼 대면조사를 받게 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그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에 대한 조사 준비를 해왔다.

공수처 관계자는 15일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공수처로 이송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12.3 비상계엄 전후 국회 봉쇄와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방해, 주요 인사 체포,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장악 지시 등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에 가담한 주요 군 지휘관들의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마련해 놓았다.

김 전 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지휘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이미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 여 사령관 등과 함께 사전에 내란을 모의하고 위헌·위법적인 계엄포고령 작성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12.3 비상계엄 당시 군 지휘관과 경찰 수뇌부에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등 내란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계엄 포고령 작성 등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국회에 군 병력과 경찰 투입을 지시했는지 직접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했다는 의혹도 규명해야할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쪽지를 건넸는데 여기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계엄 입법기구의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계엄이 단순 ‘경고용’이 아니라 국회를 대신할 별도 기구를 설립하려 했음을 의심케 하는 것으로 국헌문란의 목적을 입증하는 단서로 꼽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직접 내렸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명의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가 운영된 정황은 검찰 등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전화해 체포할 주요 인사 명단을 직접 불러주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선관위 장악과 서버 탈취, 직원 체포를 시도하는 과정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 사건 주임검사인 차정현 부장검사와 공수처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부장검사가 번갈아 맡을 예정이다. 앞서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에도 2명의 부장검사들이 투입됐었다.

확인해야할 내용이 방대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청사 내 별도의 휴식공간도 마련해놓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될 경우 진술을 일절 거부할 것이 예상된다”며 묵비권 행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의 혐의가 이미 상당부분 구체화돼 있는 만큼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되면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내란 중요 가담자들이 모두 구속된 만큼 윤 대통령 구속영장도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10일씩 추가 수사를 진행해 다음달 초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