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불난 건설업계에 기름 끼얹은 내란사태
내란사태 후폭풍이 건설시장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건설사(커버리지 5개사 기준) 평균 주가 수익률은 마이너스 9.0%로, 코스피 평균 대비 9.9% 낮은 성과를 보였다.
경기침체로 모든 산업이 어려운데 특히 건설업종은 내란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한 탓에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후 1430원대까지 오른 뒤 15일 현재 1460원대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50곳을 대상으로 ‘환율상승으로 인한 어려움’(5점 척도)을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응답은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 증가’(3.70점)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조달해야 하는 건설업종은 환율 충격으로 올 한해 불안한 경영상태에 놓일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업계는 내란사태로 무너진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한다. 그나마 건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기초체력이 약해진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견딜 수 없는 한파라는 뜻이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58위의 신동아건설이 어음 60억원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신동아건설은 15년간 워크아웃 절차를 거치면서 무리한 사업확장을 경계하는 방어적 경영을 해왔다. 주택사업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지역은 배제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업계의 신동아건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33억원에 불과했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초 업계에서 떠돌던 ‘위기의 건설사’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급등한 공사비와 미수금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가 되자 신동아건설은 자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건설업계 부실은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과 같은 원자재 수급 불안정, 연속적 PF 부실 상황이 이어지며 이미 예견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으로 환율이 불안정해지면서 건설업계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정도의 타격을 받은 것이다.
내란사태 이후 국토교통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건설사업 활력 제고방안(12월 23일), 내수경기 활성화 대책(12월 27일)을 각각 발표했다. 공공 공사비 현실화 등을 통해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또 올해 국토교통부 집행 예산 59조원 중 36조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조기집행으로 건설산업이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는 건설업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탄핵심판이 조기에 마무리돼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길 기다릴 뿐이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