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이제 믿을 건 ‘이재명 2심 유죄’만 남은 여당
국민의힘 ‘윤석열 지키기’ 앞장서 보수층 결집 효과
‘계엄 옹호당’ 낙인 때문에 중도 확장성 기대 어려워
이 대표 유죄 나오면 대선서 ‘반 이재명’ 구도 기대감
국민의힘이 마지막 순간까지 감쌌던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다. 구속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지키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통해 보수층 결집에 성공한 국민의힘으로선 더 이상 ‘윤석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여당이 믿을 건 ‘이재명 2심 유죄’ 뿐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 ‘반 이재명’ 구도가 공고해진다면 “조기 대선도 해 볼 만하다”는 기대감이다.
국민의힘은 15일 공수처·경찰의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다했다. 의원 35명이 한남동 관저로 달려가 ‘체포 저지조’를 자처했다. 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지원사격을 했다. 새벽부터 회의를 소집해 공수처·경찰의 체포 시도를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체포가 이뤄진 뒤 “지난 2주간 나라를 뒤집어 놓은 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며 “오동운 공수처장, 우종수 국수본부장,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이제 속이 시원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한 달 간 ‘윤석열 지키기’에 앞장서면서 보수층 결집이라는 효과를 누렸다. 12.3 계엄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지난해 12월 17~19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48%) 지지율이 국민의힘(24%)보다 두 배 앞섰지만, 국민의힘이 ‘윤석열 지키기’에 전력투구한 뒤 실시된 조사(1월 7~9일)에서는 민주당(36%)과 국민의힘(34%)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게 됐다.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이 임박하면서 국민의힘도 ‘윤석열 효과’보다는 ‘역효과’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을 감싸면서 ‘계엄 옹호당’ 낙인이 찍히는 바람에 조기 대선을 이길 첩경으로 꼽히는 중도 확장성을 바라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계엄 옹호당, 친윤당, 전체주의 정당이 될수록, 많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고,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지키기’에 앞장설수록 조기 대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결국 윤 대통령 체포라는 현실에 직면한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제 믿을 건 이재명 2심 유죄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보수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국민의힘으로선 2022년 대선을 ‘문재인 대 반 문재인’ 구도를 만들어 이겼던 기억을 되살려 올해 대선도 ‘이재명 대 반 이재명’ 구도로 몰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 대표를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유권자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된다면 ‘반 이재명’ 구도를 구축하는데 결정적 트리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엿보인다. 이 대표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조속한 2심 선고를 바라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안 의원은 1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은 법에 명시된 6, 3, 3 원칙(1심, 2심, 3심 기간)에 따라 2심은 반드시 3개월 내인 2월 15일에 대법원 확정 판결은 3개월 내인 5월 15일에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유권자가 후보자의 범죄 유무죄를 모른 채 대통령을 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16일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들은 KTX급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사법 절차의 완행열차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며 “더 이상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