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칼끝 경호처로 향한다
강경파 김성훈·이광우·김신 신병확보 나설 듯 … 특수단 심리전에 저항 무너져
12.3 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마무리하면서 경찰 수사의 칼끝이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을 향하고 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현재 지난 3일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등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피의자 조사에 응한 경호처 관계자는 ‘온건파’로 꼽히던 박종준 전 처장과 이진하 본부장 2명이다. 남은 세 명은 모두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된다.
온건파 2인은 조사 과정에서 경호처 내부 균열 상황 등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구속 송치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울구치소 경호 일정 후 소환 = 반면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세 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하면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당초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김 차장과 이 본부장도 함께 체포할 방침이었으나 이들에 대한 영장은 집행하지 않았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이 윤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이들에 대한 현장 체포 보류를 먼저 요청한 건 경호처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장과 본부장을 체포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측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수단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을 각각 오는 17일과 18일에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신 부장은 아직 한 차례 출석 요구만 거절한 상태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호처 직원들, 지휘부 지시 거부 =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예상과 달리 단시간에 끝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우려했던 경호처와의 무력 충돌 없이 영장 집행이 순조롭게 진행된 배경으로 특수단의 ‘심리전’을 꼽는다.
실제로 경찰은 15일 새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관저 앞에서 영장을 제시한 지 약 3시간 만에 3차 저지선을 넘어 내부로 진입했다. 이어 오전 10시 33분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공지했다.
1차 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와 대치하다가 약 5시간 만에 철수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련의 과정이 단시간에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경호처 직원들이 사실상 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1차 저지선인 차벽을 사다리로 넘었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우회해 통과했다. 3차 저지선도 버스로 가로막혔지만, 철문 옆 초소를 통해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는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공수처와 실무 협의를 담당하는 소수 경호처 인력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경호관은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무르거나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집행 저지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 내 강경파 지휘부는 무력 사용을 하더라도 영장 집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직원들이 이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특수본은 지난주 경호처 내 ‘온건파’인 박 전 경호처장, 이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 등을 토대로 내부 분열 분위기를 감지했다.
이후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할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저지하는 직원들은 현행범 체포한 뒤 복수의 경찰서로 분산 호송해 조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례적으로 작전 계획을 공개하며 ‘경호처 벽’을 사전에 허문다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차 집행 당시 관저 저지선에 ‘인간띠’로 동원됐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도 이번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도 한몫을 했다.
◆경찰, 현재까지 55명 입건 = 한편 경찰이 현재까지 입건한 피의자는 55명이다. 이중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는 검찰에 넘겼다.
노 전 사령관의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계획’과 관련해 입건한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 정상우 방첩사령부 1처장 등도 입건한 상태다. 조만간 조사를 끝내고 검찰에 송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등에 대한 2차 조사도 조율 중이다. 다만 피의자인 한 총리를 실제 검찰에 넘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