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경쟁, 첨단칩→데이터센터 확보로 전환

2025-01-17 13:00:04 게재

미영 등 인프라 확대 주력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지난 2년간은 최첨단 반도체와 인재를 확보하는 양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확보로 전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분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AI성장지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건설과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 다음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 소유 토지를 개방해 데이터센터 여러곳을 짓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만간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랍에미리트 부동산개발업자 후사인 사지와니를 만났다. 다막(DAMAC) 프라퍼티즈 대표인 그는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소프트뱅크 CEO 손정의는 트럼프와 회동한 자리에서 ‘1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AI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투자계획은 AI 우월성이 점차 데이터센터와 이를 구동할 에너지 원천에 달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지난 수십년 간 데이터센터는 인류의 온라인 생활을 지탱하는 중추 역할을 했다. 이제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AI 모델을 지원하기 위해서 각국이 전례없는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미국 싱크탱크 ‘진보연구소(IFP)’ 선임연구원인 팀 피스트는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매년 4~5배씩 늘어나는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며 “물리적 인프라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각국 업계와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스트 연구원은 “동시에 미국이 지정학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중국은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챗GPT 제조사인 오픈AI도 최근 발표한 포괄적인 경제 청사진에서 그같은 우려를 강조했다. 오픈AI는 미국정부가 외국인투자를 받아들이고 AI 인프라와 관련해 민간부문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AI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범용인공지능(AGI)’처럼 보다 발전된 AI를 위해서는 AI 인프라 확대가 절실하지만, 에너지 공급과 토지 및 기타 자원의 활용, 각종 규제 등 제한 요소가 많다. 가장 큰 우려는 에너지를 어디서 확보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오픈AI는 핵융합과 핵분열 등 장기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들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영국 역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소형원자로 등 원자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탐구중이다.

미국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데이터센터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석탄·천연가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실화할 경우 보다 실용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원천은 연속공급이 끊기는 간헐성 문제가 제기된다.

데이터센터 시장정보기업 ‘DC바이트’의 창업자 에드 갤빈은 “중국이 먼저 범용인공지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진심 어린 두려움이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막대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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