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비핵화’ 벗어날 트럼프 2기 대북정책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세계 안정을 위협한다”(피트 헤그세스).
“제재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다”(마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 인사 청문회에서 외교안보분야 요직 후보자들이 내놓은 발언들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북한의 위협을 평가하면서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란 표현을 쓰고,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는 제재 일변도 정책의 실패를 시사하면서 “대북 정책을 더 폭넓고 매우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삼아온 미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임을 직감케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려낸 외교안보 라인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대중·대북 강경론자들로 여겨졌고 이들의 대북 정책 입장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더욱이 헤그세스나 루비오는 북한 문제 전문가도 전략가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북한 관련 발언에선 이들의 생각이 ‘트럼프의 키신저’로 주목받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의 구상에 다가간다는 점이 느껴진다.
트럼프 외교전략의 핵심 기획자가 될 콜비는 미국 우선주의 충성파다. 트럼프는 그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 외교 및 국방 정책을 옹호하는 매우 존경받는 인사”이고 “헤그세스와 함께 우리 군사력을 복원하고 나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콜비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2018년 국방전략서(NDS)의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중국 견제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동맹국들이 스스로 방위를 책임지도록 유도하고, 미국은 글로벌 전략경쟁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도 대중국 견제로 확장돼야 한다고 본다.
그는 북한 문제에서 완전한 비핵화(CVID)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대북 정책 방향을 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 정책의 핵심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콜비의 전략적 판단이 트럼프 2기 대북정책의 기본 틀이 되면 중국에 모든 걸 집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의 조속한 마무리는 물론이고 북한 문제도 ‘바이든식 방치’보다는 ‘적극적 관리 혹은 핵동결 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특별임무를 위한 대통령특사’에 임명된 리처드 그레넬의 존재까지 고려하면 대북정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의 신호를 발신하거나 실제 협상 착수에 나설 개연성이 충분하다. 미국이 비핵화 대신 ‘위협감소’나 ‘핵군비통제’ 카드를 꺼내들면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