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계엄이 불러온 경제적 후과 조목조목 경고
환율 30원 추가 상승, 물가는 0.15%p 더 올라
성장률 0.2%p↓…15조~20조 추경 필요성 제기
윤 대통령 체포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기대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불법적인 계엄과 이에 따른 탄핵사태 등으로 이어진 정치적 혼돈이 가져온 경제적 파장과 손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지적하면서 혼돈의 조기종식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계엄이 가져온 거시경제 지표의 악화된 상황을 설명했다.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 된 환율 급등과 관련 “1470원을 기준으로 하면 계엄으로 인해 30원 정도 추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계엄이 없었다면 1440원 정도에서 멈췄을 환율이 1470원 이상으로 튀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강달러가 재연돼 대부분의 통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유독 원화의 하락폭이 컸다. 한은에 따르면, 계엄이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94.70원 수준에서 계엄이후 12월 말에는 1472.50원까지 치솟았다. 12월 한달 동안 대달러 원화 가치가 5.3% 하락했다.
이는 주요 20개 국가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6.4%)를 빼면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일본 엔화 4.7% △캐나다 달러화 2.6% △유로화 2.1% △영국 파운드화 1.7% 등은 원화 대비 하락 폭이 작았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소비자물가도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환율이 (당초 예상했던) 1430원이 아닌 1470원으로 올라가면 물가상승률은 1.9%에서 0.15%p 추가로 상승해 2.05%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1.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전달 대비 2.4% 상승해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오름세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환율 및 물가의 예상외 추가 상승은 결과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0.4%에서 0.2% 또는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성장률이 0.2%p 가량 하락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15~20조원 수준의 추경 예산안을 최대한 빨리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어제 있었던 이벤트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많이 감소하기를 바란다”며 “어제를 계기로 과거와 같이 질서있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외에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계엄과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반을 점검해 다음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한은이 매년 2월 발표하는 공식 경제전망보고서에 앞서 일부 통계를 취합해 중간 점검차원에서 보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