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정당성 얻은 공수처, 윤 구속영장 수순
중앙지법, ‘체포 적법’ 판단
윤, 조사 거부 … 오늘 오후 청구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부당하다며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사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체포적부심이 기각됐음에도 이날 오전 10시 출석해 재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전날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 심문을 진행한 뒤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서울서부지법의 관할 문제 등 쟁점에 대한 윤 대통령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측은 그동안 공수처에는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고, 공수처의 전속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어서 체포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공수처의 출석요구와 영장 집행을 거부해왔다.
윤 대통령측이 체포적부심을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중앙지법에 청구한 것도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 판사는 공수처법상 수사 가능 범위에 포함된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와 직접 관련이 있는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수처가 윤 대통령 주거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관할인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도 적법하다고 봤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후 다시 적법성을 따지겠다며 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이번엔 중앙지법마저도 공수처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대통령측은 수사를 거부할 명분을 잃게 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와 체포영장은 불법·부당하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15일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으나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등을 일방적으로 발언한 후 줄곧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이튿날인 16일에는 오전 조사를 미루더니 오후 조사에도 아예 출석하지 않았다.
미리 준비한 20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다 소화하지 못한 공수처로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려운 만큼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체포영장 집행 후 구속영장 청구 시한은 17일 오전 10시33분까지였으나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면서 이날 오후 9시5분으로 늦춰졌다. 체포기한은 48시간이지만 체포적부심 절차가 이뤄지면 재판부에 수사기록 등을 보낸 시점부터 체포적부심 결론이 나고 기록이 반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측은 구속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관례라고 밝혀왔던 만큼 서부지법에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출석을 좀 더 기다려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며 “영장 청구 법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본홍·서원호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