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첫 내란재판, ‘대통령 권한 사법판단’ 충돌
김용현 “일개 검사가 정치적 판단”
검찰 “범죄해당 땐 사법심사 대상”
‘12.3 내란’ 사태의 주요 종사자 혐의를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과 김 전 장관측은 내란수사의 정당성, 재판진행 속도, 관련 사건 병합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6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44일 만에 열린 첫 내란재판이다.
김 전 장관측은 이날 재판부에 검찰 공소를 기각할 것을 요청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전 장관측 대리인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전속 권한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일개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과 정치적 판단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국방부 장관은 계엄 이후 책임자”라며 “정당한 국방부 장관의 사무여서 범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도 범죄행위일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판례”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구속심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개시 권한이 인정됐다”며 “추가로 공범도 송치됐기 때문에 수사개시 권한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측이 진술조서 등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신청할 증인 수는 50~60명 정도라고 밝혔다.
재판 진행 속도를 두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거 규모와 구속 기한을 고려해 2주에 3회 정도로 집중심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측은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라며 반대했다. 반면 검찰은 “한 주에 2회 또는 3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측과 윤 대통령측은 포고령에 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김용현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다.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측은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당하게 작성된 포고령”이라며 “김 전 장관이 직접 초안을 작성했고, 전체적인 검토는 당연히 윤 대통령이 했다. 저희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선거와 관련된 세력들이 정치활동을 매개로 국회를 장악해 무력화시키는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장관 재판과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들의 재판을 병합해 심리할지에 대한 양측 의견도 들었다. 김 전 장관측은 “병합해서 충분히 반대신문이 이뤄지면 모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될 것”이라며 병합 심리를 요청했으나, 검찰측은 “공범별로 범행 가담 내용이 상이하고 입장도 달라서 병합 때 재판 지연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내란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은 조 청장과 김 전 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되는 날이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지난 13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해 오는 21일 오전 보석 심문이 열린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